"화장실 6분"..눈치 보여 참고 뛰어다니고

이문현 2021. 1. 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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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의 한국 직원 노동 조합이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 달라면서 지난달 나흘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한국 매장의 매출은 급성장하는 반면에 노동 환경은 다른 나라 매장에 비해서 차별이 심하다는 건데요,

첫 보도 이후, 직원들의 추가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화장실 사용을 '6분'으로 제한 한 조치를 보도합니다.

이문현 기잡니다.

◀ 리포트 ▶

이케아 직원 A씨는 세달 전 화장실에 다녀왔다가 관리자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피부염 때문에 로커룸에 들러 소독하고 붕대를 갈고 나오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는데, 관리자는 A씨가 자리를 뜬 시간과 돌아온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A씨/이케아 직원] "로커룸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까지 쟀었던 거죠, 관리자는.. (시간을) 너무 오래 썼다는 식의 피드백을 줬어요. "

그리고 며칠 뒤, A씨의 부서장은 단체 대화방에 공지를 띄웠습니다.

쉬는시간 외 화장실 가야 할 상황을 존중한다면서도, 성인들의 화장실 이용시간이 평균 6분이라고 하더니,

6분보다 더 걸리면, 따로 주어진 개별 쉬는시간을 이용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이후 '화장실 6분'은 무언의 규정이 됐습니다.

[A씨/이케아 직원] "6분이란 시간이 압박감으로..암묵적인 룰이 생겨버린 거예요. (안 지키면) 성과평가 할 때 '열심히 일은 하나 화장실 가는 횟수 잦고..' 이런 식의 평가가 이어질 수 있는 거죠."

화장실 오가는 시간과 손 씻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용변에 쓸 수 있는 시간은 3분 남짓.

이마저도 눈치가 보여, 참았다가 점심시간에 가거나, 뛰어서 다녀올 수밖에 없습니다.

[B씨/이케아 직원] "예전에는 보통 10분 정도 사용했던 것 같은데, 메시지를 보고 나서 6분 안으로 (해결해요). 시간적인 압박에 제 생리 현상이 해소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화장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설거지 담당인 D씨는 규정상으론 언제든 화장실에 가도 되지만, 갈 수가 없습니다.

D씨가 화장실에 가면 대신해 줄 직원이 없어, 자동벨트로 계속 넘어오는 그릇들이 밀리다 보면 떨어져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D씨는 소변을 참다 방광염에 걸렸습니다.

[D씨/이케아 직원] "방광염 약이에요. 입사해서 2개월 후부터 (먹었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약 먹는 근로자들이) 많이 있으시더라고요. (이케아가) 정말 한명이라도 더 여유있게 (인력 보충)해주면, 화장실을 갈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케아 본사의 상황은 어떨까.

스웨덴 이케아 노조에 따르면, 현지 직원들은 오후에 커피를 마시며 쉬는 이른바 '피카 타임'도 있고, 2시간당 15분인 휴게 시간 외에도 언제든 화장실에 가고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당장 국내 대형마트들만 봐도, 화장실 이용까지 제한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정민정/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런 문제는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이제는 찾을 수 없는..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문제이고, 화장실 갈 권리를 제한한다는 건 정말 후진적인 노동행태입니다."

이케아 노조는 이런 부당함이나 수당 문제 등 해외 직원들과의 차별를 줄여 달라며, 지난달말 나흘간 파업을 실시했습니다.

이케아의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6천6백여억원으로 1년만에 33% 급성장했지만, 파업한 직원들에게 이케아가 약속한 건 식대 500원 인상이 전붑니다.

뿐만 아니라 또다른 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는 코로나를 예방한다며 계산대 직원들에게 근무중 물을 못 마시게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코스트코 직원]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자동이체라든가 이런 거 설명을 했을 경우에 목 마르고 목도 타죠, 많이.. 말을 많이 해야 되니까.. 아주 오랫동안 (참아야) 할 때는 4시간.."

본사보다 낮은 급여를 주면서 한국 직원들의 기본적 권리마저 무시하는 외국계 기업들.

돈은 한국에서 벌면서 복지는 외국에서만 챙기는 이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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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현 기자 (lm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47908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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