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사위 잃은 장인·장모..법원 "위자료 1000만원 지급"

이수정 2021. 1. 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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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때 장인·장모와 함께 살던 사위 잃어
법원 "대형 국가 재난,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지난해 3월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바지선 두척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세월호 참사로 사위를 잃은 장인ㆍ장모에게도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소송을 낸 장인ㆍ장모와 희생자인 사위가 함께 거주했다는 점을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근거로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소송을 낸 A씨와 B씨에 대해 “국가가 각 1000만원씩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ㆍB씨의 사위 이모(당시 36세)씨는 업무차 제주 출장을 위해 세월호를 탔다가 2014년 4월 16일 목숨을 잃었다.

앞서 당시 목포해경 소속 123정 김모 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 받았다. 세월호 승객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다. 법원은 1심에서 사망한 승객 56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고, 2심에서는 책임 인정 범위를 이씨를 포함한 303명으로 늘렸다. AㆍB씨는 이를 근거로 국가에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다.


정신적 손해배상은 어떻게 인정됐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2014년 4월 17일 세월호 사고현장인 전남 진도 해상에서 해경 등이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제정된 ‘4ㆍ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자의 범위를 희생자의 배우자, 직계 존ㆍ비속, 형제자매로 정한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민법 제725조에도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해 재산상 손해가 없어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AㆍB씨는 세월호특별법이나 민법에 따라서 배상 대상에 당연하게 포함되는 친족이 아니다. 이들이 배상을 받으려면 이씨 사망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입증해야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살아온 환경을 살폈다. 장인인 A씨는 2012년부터 건강상태 악화로 다니던 회사를 퇴직했다. 이때부터 이씨 부부는 장인ㆍ장모와 함께 살며 이들을 부양해왔다.

재판부는 “이들이 함께 살았던 점과 원고들의 나이, 건강상태, 경제적 여력 등 제반 사정을 더 해 보면 이씨의 장인ㆍ장모가 이씨 사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국가의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소멸시효 지났다” 주장했지만
국가는 국가배상법이나 민법에서 인정하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폈다. AㆍB씨가 손해를 주장하려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인 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냈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AㆍB씨는 2018년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런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2014년 4월 16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업무상과실치사가죄가 인정된 김모 정장 판결의 경우 2015년 1심에서는 이씨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포함되지 않았다가 2심에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씨 사망에 대한 김모 정장의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에 대해 법원 판단이 엇갈린 점을 보면 사고 발생 당일에 원고들이 공무원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를 알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씨 사망에 대한 김 정장의 업무상과실치사죄 유죄 판결이 확정된 2015년 11월 27일 이후 손해 및 가해자를 확정적으로 알게 됐다고 봐야 하고, 3년의 소멸시효는 이날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000만원의 손해배상액 책정에 대해서도 판결에 밝혔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는 전형적인 대형 재난사고이고, 공무원은 국민의 생명ㆍ안전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세월호 사고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사고 이후에도 분쟁이 계속되어온 점, 이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재발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위자료 산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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