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이 모자라서..'학대 없음' 판정받은 정인이

정한결 기자 2021. 1. 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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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구멍 뚫린 아동보호②] 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 위험도 평가서 낮은 점수 받아

1점이 모자랐다. 정인이는 처음 아동학대 신고가 된 지난해 5월부터 분리조치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장 위험도 평가에서 1점이 부족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 실시한 위험도 평가를 뜯어보니 16개월된 정인이에게 적합하지 않았고, 발육상태도 문제 없다고 평가했다.

정인이는 아동보호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빠졌다. 경찰과 아보전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로에게 판단을 전가했고, 아보전이 정인이를 데리고 찾아간 의사마저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소견을 냈다. 해당 병원은 정인이 양부모가 자주 찾던 곳으로 전해진다.

9점 만점에 2점…정인이는 1점이 모자라 '학대 없음' 판정을 받았다

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 학대 조사가 3차례나 실시됐지만 현장 조사 기관인 경찰과 아보전은 서로에게 판단을 미뤘다. 특히 아보전은 현장에서 정인이에게 즉각 조치가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아보전의 학대 평가 자료를 보면 정인이는 1~3차의 조사에서 각각 아동학대 위험도 3점, 2점, 3점을 받았다. 즉각적인 아동보호 조치는 4점(총점 9점)부터다. 3차 조사의 경우엔 '즉각 조치가 필요'에 체크했지만 분리보다는 방문 면담 등 사후 관리로 결론내렸다.

문제는 아보전의 평가 항목이 영아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1~3차 조사에서 '아동이 학대자에 두려움 표현,' '아동이 학대자로부터 분리보호 요구 의사표현'이 없다고 평가했다. 16개월된 정인이는 제대로 된 의사표현이 불가능하다.

아동보호 관계자는 "아기가 부모에게 안겨만 있어도 거부감이나 분리요구 표시가 없는 것으로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3차 조사의 경우 '아동의 영양상태가 불량하다'는 어린이집의 신고를 받고 시작됐지만, 정작 3차례 모두 발육부진이나 영양실조 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육안으로도 정인이의 발육부진이 확인되던 시점이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은 "아동 상태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 평가 점수가 나와서 어이가 없다"면서 "애초에 분리하지 않을 생각으로 척도를 대충 작성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아보전이 정인이를 양부와 함께 데려간 소아과 의사마저 이상한 소견을 내놨다. 그는 "1㎏ 가량 몸무게가 빠진 것은 의문이나 이 상황만으로 아동학대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우선 처방약을 먹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서로 책임 미루기…'니가 해라'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 자체 조사 결과, 경찰과 아보전이 분리조치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에서 받은 '정인이 사건' 재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과 아보전은 서로 정인이의 분리조치에 대한 판단을 전가했다.

서울청 점검단은 "경찰은 아보전이 피해아동 보호 측면에서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보전에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보전은 분리조치 할 경우 임시조치 신청 등 수사가 진행되기에 경찰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양 기관이 양부가 조사에 협조적인 점, 아동과 양부간 애착관계가 있어 보인다는 점을 이유로 분리조치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3차 조사에서는 정인이 양부모 측에서 분리조치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이를 철회하고 아보전에서 특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전문가 "학대 평가 내릴 근무 환경 조성…필요시 엄벌도"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상담사들이 제대로 학대를 감시하기 힘든 환경이기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상담원이 부모를 무서워해 판단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면서 "자칫하면 부모에게 소송이 들어오는데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을 국가에서 막아주는 등 보호 장치가 있어야 상담원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대를 방치한 아보전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6월 천안에서 발생한 여행용 가방에서 아동이 숨진 사건도 아보전의 위험도 평가가 3점이었다.

공 회장은 "아동이 분리 보호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해당 상담원을 아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정인이 사건에서 경찰은 주의 경고라도 받았지만 아보전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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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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