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마약을?"..명의도용 9년, 아무도 몰랐다

박연선 2021. 1. 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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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은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졸피뎀을 누군가가 9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2백여 차례 처방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시망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박연선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충남 예산에 사는 이기수 씨.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황당한 우편 한 통을 받았습니다.

아내가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드정을 중복처방 받았으니, 오남용에 주의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졸피드정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로 다량 복용 시 환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마약류로 엄격히 분류돼 있습니다.

[이기수/피해자 남편 : "처음에는 황당했었고, 집사람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병이 있었나 생각했고, 남모르게 잠을 못 자고 있었나…."]

하지만 아내는 졸피뎀을 처방 받은 적이 없는 상황.

의아하게 생각한 이 씨 부부는 건강보험공단에 처방 이력을 확인했고, 아내 명의가 도용된 졸피뎀 처방은 지난 9년 간 23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처방전을 내준 서울 지역 의원과 성형외과들은 아무도 명의 도용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지난 1995년, 요양급여 기준 고시에 본인 확인 의무 규정이 생겼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의료계 반발로 3년 만에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의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이분이 이분인지, 본인이 본인이라고 하기 때문에 저희는 확인할 길이 없죠."]

건강보험공단도 현재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음성변조 : "오남용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신분증 확인을 좀 부탁한다고 얘기는 그렇게 했는데, 의료계 입장은...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요, 사람들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의료기관의 환자 본인 확인 의무화 법안은 지난 2007년 발의된 이후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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