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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약 공시제도' 3년만에 없던 일로..선의의 피해자 양산하나

노해철 기자 입력 2021. 01. 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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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대책'서 공언한 부정청약 공시제도, 철회 수순
부정청약 모르고 분양권 구입한 입주자, 쫓겨날 위기
서울의 한 분양단지 견본주택이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5.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전국 분양단지에서 위장전입과 청약통장 매매 등 부정 청약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가 3년 전에 공언했던 '부정 청약 공시제도' 도입이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정 청약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피해가 늘고 있지만, 정부에서 약속했던 제도 마련조차 지켜지지 않아 시장 혼란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8년 발표한 '9·13대책'에서 부정 청약 공시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관계기관 논의 끝에 해당 제도 추진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부정 청약 여부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 없이 의심만으로 해당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형법상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정 청약으로 확정되지 않았는데, 전 국민에게 공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위반에 해당되는 등 법률적인 한계가 있어 도입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부정 청약 공시제도는 매수자 등이 해당 분양권의 부정 당첨 및 의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토부는 9·13대책에서 주택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부정 청약자에 대한 공급계약 취소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제도는 부정 청약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부정 청약을 통한 당첨 사실을 모르고 해당 주택을 구입한 수요자가 있을 경우, 공급계약 취소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부정 청약 수사에는 최대 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입주 시점이 한참 지난 뒤 계약이 취소될 수도 있다.

제도 추진이 중단되면서 부정 청약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부정 청약 피해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16년 5월 분양을 마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258가구 중 41가구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됐는데, 이를 모르고 분양권을 구입한 36가구의 입주민들은 해당 분양권 전매계약 무효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이 단지 입주민인 A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부정 청약을 모르고 산 매수자들은 프리미엄 및 시세 차액, 취득세, 재산세, 기회비용 등을 찾을 수 없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뺏기는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느냐"며 "죄를 지은 사람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데 이미 팔고 난 집을 공급 취소한다고 주택공급 질서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최근 부정 청약 증가로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상반기 전국 21개 분양단지를 대상으로 부정 청약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부정 청약 의심 사례로 197건을 적발했다. 위장전입(134건)과 청약통장 매매(35건), 청약 자격 양도(21건), 위장 결혼·이혼(7건) 등 다양한 수법으로 부정 청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부정 청약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근절한다는 계획이다. 청약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법이 의심되는 단지에 대해선 즉시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는 설명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부정 청약과 불법공급 행위에 대한 단속 시행과 사업 주체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피해자 구제와 시장 질서 확립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요자들이 주택 매수 전 해당 주택의 부정 청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정 청약에 대한 단속 강화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그친다"며 "수요자가 주택 거래 전 사전에 부정 청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피해 발생을 방지하고, 국가에서 잡아낼 수 없는 다양한 불법행위를 시장의 신고를 통해 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약 당첨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약 당첨을 통한 시세차익 기대감이 커지면서 부정 청약도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청약 당첨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부정 청약을 해서라도 분양받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당첨을 통한 이익 중 일정비율은 사회에서 환수할 수 있도록 채권입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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