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원죄 오세훈의 이상한 출마 선언..너무 계산했나

유경선 기자 2021. 1. 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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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 입당·합당 제안하며 '조건부 출마' 밝혀..어떤 결과에도 정치적 이득
2011년 서울시장 내주고는..경쟁자들 "당당하지 않다" "진정성 없다" 비판
조건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하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한 '조건부 출마' 선언이었는데, 안 대표를 끌어들여 출마의 명분을 확보하려다 출마 선언의 모양새가 이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탈환의 초석이 되겠다"면서도 안 대표에게 입당 또는 합당을 여러 차례 촉구했다.

그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안철수 후보께 간곡히 제안한다. 국민의힘으로 들어와달라. 합당을 결단해주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저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입당이나 합당이 필요한 이유로, "야권 단일화의 실패 가능성을 원천봉쇄함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 안 대표를 향해 입당 후 경선 참여를 요구하는 기류와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이다.

만일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합류한다면 오 전 시장은 '야권 단일화에 기여했다'는 공(功)을 챙기는 한편, 서울시장 경선에서 발을 빼고 대권이라는 기존 정치적 목표를 계속 바라볼 수 있다.

안 대표가 현재 흐름대로 입당이나 합당을 거부한 채 국민의힘 바깥에서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고수할 경우, 오 전 시장은 안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며 출마의 명분을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실제 이날 "입당이나 합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출마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며 "제 1 야당 국민의힘으로서는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임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러 정치적 고려에서 오 전 시장의 이날 '조건부 출마'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되는데, 너무 계산을 많이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출마도, 불출마도 명확히 하지 않은 회견이었지만 내용을 보면 서울시장을 지냈던 자신의 강점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며 '출마'로 기운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이 "당선일로부터 바로 시정(市政)의 큰 줄기와 세세한 디테일을 함께 장악해서 일에 착수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이번에 당선되는 시장은 일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에서 9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이는 방대한 서울 시정을 장악하기는커녕 파악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오 전 시장은 기자들에게 "'안 대표가 들어오면 불출마'로 표현하거나 '안 대표가 들어오지 않으면 출마'로 요약이 될 텐데 가급적 '들어오지 않으면 출마' 쪽으로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이란 얘기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 입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제 출마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왔지만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오 전 시장은 야권 단일화를 명분으로 자신의 출마 여부를 안 대표의 선택에 연동시켰을 뿐, 철저하게 자신을 중심에 둔 정치적 계산을 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에 반대하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나면서 국민의힘이 '잃어버린 10년'에 들어서게 한 '원죄'를 지닌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도전의 명분을 고민하다 설득력이 부족한 출마 선언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02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당장 당에선 마뜩잖은 반응이 감지됐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선동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건부 출마선언은 당당하지 않다"며 "'여의도식 문법'이 이제 국민에게는 안 통한다"고 꼬집었다.

또 "오늘 회견은 분명 확실한 출마선언이라고 들린다"며 "누가 봐도 대선을 꿈꾸던 분이 서울시장에 연연하는 모습이다. 안 대표를 끌고 들어가지 마라. 본인의 거취는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이혜훈 전 의원도 통화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봤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통화에서 "너무 계산을 한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들린다. 조건을 건다는 건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자신은 몸을 던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오 전 시장과 만나 '국민의힘 중심의 보궐선거'를 논의했다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오 전 시장은 처음부터 대권에 아주 관심이 컸다고 본다"며 "안 대표가 입당 또는 합당을 해 서울시장에 나가면 다음 대선 국면에서는 경쟁자가 하나 떨어져나가는 셈이니 오 전 시장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그런 것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202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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