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법안 비참하다"..적용해 보니 구멍 숭숭

전형우 기자 2021. 1. 7. 21: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해 내일(8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거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게 핵심인데 5인 미만 업체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50인 미만 업체는 3년간 적용을 유예했습니다.

정부 원안보다도 후퇴한 법안이라며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 전형우 기자가 산재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또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례를 통해서 이번 법안의 실효성을 분석해봤습니다.

<기자>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며 2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논의를 거듭할수록 후퇴하는 법안에 몸도 마음도 더 힘들어집니다.

[고 김용균(24) 어머니 : 정부 안 보다 오히려 더 지금 많이 후퇴된 쪽으로 가고 있어서 정말 비참한 심정입니다.]

국회 회의장에서 피켓을 들며 법 제정을 외쳐왔지만, 이제는 몸 가누기조차 힘이 듭니다.

함께 단식을 시작한 이용관 씨도 법의 실효성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고 이한빛(27) 아버지 : (법안이) 처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법이 되어야 하고. 만약 알맹이가 빠지거나 핵심적인 쟁점들이 빠지거나 이렇게 하면..]

유족들은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 대상에 즉각 포함하는 등 원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쇄기에 끼어 26살에 숨진 고 김재순 씨의 아버지도,

[고 김재순(26) 아버지 : (사망사고 난 지) 6년이 채 가기도 전에 재순이가 그렇게 끔찍하게 죽었잖아요. 일어난 사업장에서는 (사고가)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거든요.]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김태규 씨의 누나도,

[고 김태규(26) 누나 : 저희는 (중대재해법) 소급 적용받지 못해요. 더 이상 돈과 저울질하다가 사람 좀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는 상황을 이번 법이 바꿀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합의 안대로 법이 만들어진다고 가정해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고들에 어떻게 적용될지 살펴봤습니다.

광주 재활용업체에서 파쇄기에 끼어 노동자가 숨진 사고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져 앞으로 3년간 사업주는 적용받지 않습니다.

더 작은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빠졌습니다.

전체 사업체 중 이런 소규모 사업장이 80% 가까이 되고 이곳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22%가 일어나는데,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하다 숨진 구의역 김 군이나 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씨 사고는 어떨까요.

합의한 법안에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 둘 중 하나에 책임을 묻도록 했는데요.

2인 1조 안전수칙을 어겼는데도 기업 대표 대신 안전담당자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6년 휴대폰 부품업체에서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한 사고의 경우.

공장 3곳에서 각각 2명씩만, 발생했기 때문에 5명 이상만 직업병으로 규정한 이 법 적용이 어렵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경제 부처와 경영계 등 여러 곳의 민원을 다 담아주다 보니 누더기다, 살인방조법이다, 반발도 나오는데,

[박다혜/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 중대재해 개념도 축소된 부분이 있다 보니까, 우리가 같이 분노하고 슬퍼했던 재해들 중에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는 사건이 몇 개가 되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경영계는 여전히 과도한 법안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임우택/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안전보건본부장 : 애매한 의무규정으로 인해서 사업주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과도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어느 쪽의 환영도 받지 못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박기덕, VJ : 정민구)   

전형우 기자dennoch@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