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정고무신'은 성차별 만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승곤 2021. 1. 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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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WCA '검정고무신' 여성주체성 무시·남성 의존성향 강조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 뒤늦게 논란..일부 시민들 반발
단체 "특정 장면 비판 아닌 전체 맥락 고려..젠더 고정관념 문제"
서울YWCA 단체가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이 성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 한 장면. 사진=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YWCA'가 양성평등진흥원 의뢰를 받아 제작한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어린이프로그램)'보고서 내용이 뒤늦게 논란에 휩싸였다.

양성평등 모니터링이란 각종 만화영화에서 성차별적 장면을 찾아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이 올바른 젠더 인식을 고취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일부 보고서 내용 중 만화의 배경 시대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성차별 장면이라고 지적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지적 내용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YWCA 측은 특정 장면에 대한 비판이 아닌 전체 맥락에 대한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만화의 시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는 장면이 지속해서 노출 되면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22년 창립한 서울YWCA는 여성과 청소년 인권 신장을 위하는 비영리단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검정고무신 기철이 아버지가 왜 성차별이냐", "당시는 1960년대 아니냐, 시대상을 고려하지 않았다", "부부가 서로 고생했다고 위로하는 장면인데, 이해할 수 없다" 등 서울YWCA가 성차별적 장면이라고 지적한 내용이 황당하다는 취지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YWCA 단체가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이 성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 한 장면. 사진=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

서울YWCA는 '검정고무신' 한 장면에 대해 '기철이 아버지는 3대가 함께 생활하는 대가족의 생계부양자이다. 그의 부모님은 고생하는 아들을 '한 집안을 이끄는 일은 힘든 일이다'라고 말하며 남성 가장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은 가부장적인 가족의 형태이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 짓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3대 가족을 위해 일하는 아들에게 "한 집안을 이끄는 일은 힘든 일이다"라고 말한 부분이 '남성 가장 역할' 강조이며,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모습이 성차별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힌 한 30대 회사원 이 모씨는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는 아내 모습이 가부장적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 기준으로 성차별이라고 지적하면 여기 해당하지 않는 부부가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만화영화를 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고정관념에 대한 우려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공정성과 객관성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검정고무신 지적 내용은 공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대 대학생 박 모씨는 "검정고무신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 아닌가, 이에 대한 부연 설명 없이 성차별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기준이면 사극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는 모조리 다 양성 평등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서울YWCA 단체가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이 성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 한 장면. 사진=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

서울YWCA 측은 전체 맥락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단체 관계자는 "저희가 계속 강조하는 부분은 '젠더 고정관념'이다. 그 맥락에서 저희는 해당 장면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장면들이 끊임없이 여러 장면과 장르에서 계속 재현이 될 때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준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검정고무신은 가부장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시민들도 그렇게 큰 문제의식 없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서 "검정고무신은 그 시대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는데, 저희가 지속해서 말씀드리는 부분은 젠더 고정관념이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다. 그 맥락에서 비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대물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검정고무신과 같은) 시대물도 있다. 그렇다 보니 그 시대를 드러내는 표현 중 당시 젠더 상황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그 시대의 젠더 고정관념을 그대로 보이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표현하면서도 올바른 젠더 관념을 보이는 장치를 반영하거나, 잘못된 장면이 나오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지적하는 장면이 있는 문제의식을 담은 콘텐츠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 모니터링 전체 맥락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검정고무신 한 장면만 보면 "이런 것 두고 비판을 해" 정도라는 지적은 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진흥원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에 진흥원은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보고서 내용은 수행기관의 의견으로 진흥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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