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사면? 문 대통령의 답은..

김규남 2021. 1. 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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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론 꺼낸 이낙연의 속내.. '통합' 대선주자 행보일까, 대통령 부담 덜어주기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러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 김정효 기자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될까. 새해 첫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한 뒤 논란이 거세다. 민주당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1월3일 최고위원회의)고 정리했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1월14일 박근혜 대법원 판결이

이낙연 대표는 왜 새해 벽두부터 다소 느닷없어 보이는 사면론을 던진 것일까. 그는 2022년 3월9일 치러질 대선의 민주당 유력 경선 후보다.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핵심 브랜드를 ‘통합’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대표 쪽의 설명이다. 2021년 신년사에서 이 대표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는 또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갈등이 더 첨예해졌다. 이런 갈등을 그대로 두고 (코로나19 위기 속에)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본다”(2021년 1월4일치 <한국일보>)며 통합을 잇따라 강조했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사면은 돌발적인 제안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 때부터 코로나19까지 광화문에서 보수단체 집회가 계속됐다. 국무총리 때부터 이를 지켜보면서 이 대표는 우리 사회가 통합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봤다. 통합이 목표이고, 하나의 수단으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9일 한국방송(KBS)과의 인터뷰에서 사면 관련 질문을 받고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1월14일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다.

그 뒤 1월 중순 열릴 새해 기자회견에서 사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낙연 대표 쪽 다른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미리 사면론을 제기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드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여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 대표가 여권 지지층의 반발에 대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일까. 이 대표는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면론을 제기하기에 앞서 2020년 12월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을 두 차례 단독 면담했다. 평소 언행에 신중한 이 대표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 없이 단독으로 입장을 내놨겠느냐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1월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여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월 중순 대통령 새해 기자회견이

사면론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근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중도층을 향한 호소이기도 하다. 이 대표 쪽 관계자는 “통합은 중도층 끌어안기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사면론에 이어 이 대표는 ‘통합’ 시리즈 정책에 해당하는 ‘신복지체계’와 부동산 정책 구상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신복지체계의 내용과 관련해 이 대표 쪽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각자 처한 어려움이 다르다. 20~30대는 일자리, 신혼부부는 주택 마련, 30~40대는 보육과 교육, 노년층은 의료비 등이 가장 중요하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도 각자 고충이 다르다. 세대별, 규모별 ‘맞춤형 복지체계’를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시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거나, 찬반이 팽팽하다. 1월4~6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공감하지 않음’(사면 반대)이 58%로 ‘공감’(찬성) 38%에 견줘 크게 높았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지지 정당별로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반대가 73%,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찬성이 72%였다. 앞서 리얼미터가 1월5일 전국 만18살 이상 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찬성(47.7%)과 반대(48%)가 엇비슷했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이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에선 반대가 88.8%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찬성이 81.4%였다. 여당 대표가 던진 이슈에 여당 지지층은 거세게 반대하고 야당 지지층은 크게 호응하는, 이례적인 모양새다.

민주당 의원들 내부 여론도 지지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사면 불가론, 시기상조론, 불가피론으로 나뉘는데 (사실상 반대론인) 시기상조론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시기상조론’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리한 입장과 비슷하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과거에 사면된 전두환씨도 5·18 당시 헬기 사격이나 인권탄압 등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면을 통해 전두환의 과오가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면에 앞서) 자신의 과오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며 시기상조론을 주장했다.

사면 단행되면 ‘통합’은커녕 ‘갈등’ 될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가 (사면을) 먼저 제기한 것도 아닌데 ‘사면이 되니 마니’ ‘사과가 필요하니’ 이런 (민주당의) 이야기 때문에 불편하다. 수모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주호영 원내대표) “반성을 하려면 (정치 보복으로) 잡아간 사람이 미안하다고 반성해야지 감옥 간 사람이 뭘 반성을 하나.”(이재오 상임고문)

정치권에선 사면론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것과 관련해 사면 이슈 자체가 문제였다거나, 사면론 제기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처럼 반대 여론이 높거나 의견이 분분한 상태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단행되면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극심했던 추미애(법무부 장관)-윤석열(검찰총장) 갈등 국면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갑자기 사면 이야기를 꺼내니 여당 지지층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사전에 민주당 의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당 지지율이 좀 괜찮았을 때 통합 메시지를 제기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특별사면 권한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1월 중순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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