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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일본 정권 이양의 어려움 / 야마구치 지로

한겨레 입력 2021. 01. 10. 16:26 수정 2021. 01. 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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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야마구치 지로 ㅣ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지난해 일본 정치에서 가장 큰 사건은 역대 최장 정권의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진한 것이다.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제인 한국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일본은 의원내각제로 중의원 총선에서 승리하면 이론상으로는 정권을 지속할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 총선에서 이겨 정권을 잡은 뒤 중의원, 참의원 선거에서 계속 승리해 7년9개월 동안 정권을 유지했다. 이런 장기집권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정치학에 중요한 물음이다. 언젠가 긴 논문을 써보고 싶다.

이 칼럼에서는 장기집권 뒤 정치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전후 일본에서는 사토 에이사쿠(1964~72), 나카소네 야스히로(1982~87), 고이즈미 준이치로(2001~2006) 등 세번의 장기집권이 있었다. 이들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공통적인 것은 누구나 기억하는 실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사토는 한-일 국교정상화를 이뤘고 미군 통치 아래 있던 오키나와를 일본에 반환시켰다. 나카소네는 국철 민영화 등 행정개혁을 단행했다. 고이즈미는 우정사업의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장기집권이 끝난 뒤 자민당 정치는 대혼란에 빠졌다. 세번 모두 후임 총리는 단명했고, 정권도 자주 교체됐다. 정치부패가 드러난 적도 많았다. 이런 정치적 혼란은 우연이 아니다. 정권이 오래 지속될 것이 명확해지면 여당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그 권력자에게 빌붙어 영달을 꾀하려 한다. 또 권력자가 오래 군림하면 아무래도 부패가 발생하기 쉽다. 아부하는 겁쟁이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면 정권의 정책 실패나 부패가 있더라도 경고하는 사람이 없다. 장기집권 정부의 정책적 능력이 상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울러 권력자가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경쟁자를 배제하면서 차세대 리더도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아베 전 총리는 시기심이 강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정부와 자민당 인사에서 자신에게 도전했던 이시바 시게루와 그의 측근들을 냉대했다. 이런 이유로 유력한 후계자가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아베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순식간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후계자가 되는 흐름이 형성됐다. 이는 아베 정권을 지탱하고 거기서 이익을 얻었던 정치인들이 아베라는 권력자가 떠난 뒤에도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인 결과다.

장기집권 뒤 ‘정치혼란’이라는 법칙은 되풀이되는 것 같다. 스가 총리는 취임 직후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지만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급락해 “지지하지 않는다”가 “지지한다”를 앞질렀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감염 대책과 경제 활성화의 두가지 목표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을 이후, 관광업계의 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여행이나 음식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여행 장려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의사와 전문가들은 강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코로나 감염이 급증했던 12월까지 계속됐다. 지난해 연말에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해놓고 정작 스가 총리는 배우나 운동선수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국민에게는 규칙을 지키라고 하고, 자신은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교만이 이 지도자에겐 가득 차 있다.

올해 10월이면 중의원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반드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오랜만에 일본 정치에 파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보다는 문제가 단순하다고 본다. 권력교체 시기가 미리 정해져 있으면 차기 대선주자들은 독자적인 정책을 준비하며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마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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