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cm 눈에 서울 마비..제설작업, 공무원 아닌 민간이 한다

허정원 2021. 1. 11.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폭설 때 제설작업이 미흡했음을 인정한 서울시가 제설 시스템을 원점에서 손본다. 서울시는 이번 폭설사태를 계기로 기존에 추진해온 ‘제설작업 전면 민간용역 확대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서정협 “서울시 재난 시스템, 원점 재정비”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에서 제설차량이 얼어붙은 빙판길을 정비하고 있다. [뉴스1]


하현석 서울시 도로관리과장은 10일 “제설 시스템을 다시 원점에서 손 보기 위해 기초자료를 정비 중”이라며 “관계 부서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선입견 없이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 같은 계획을 구상 중인 건 지난 6일 밤 내린 폭설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등 제설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탓이다.

서울시는 매년 11월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 매뉴얼을 갱신하는 등 대응해왔지만 이번 폭설에 허점을 노출했다고 자체 판단 내렸다. 폭설 당시 도로 곳곳에서 자동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발생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공무원을 역대급으로 많이 뽑았는데 왜 눈 치우는 공무원은 없느냐”, “한파 특보에 대설이 예보됐으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는데 왜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같은 불만이 쏟아져서다.

이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6일 저녁 최고 13.7㎝의 눈이 쌓이는 기습 폭설에 3년 만의 한파까지 겹치며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런 혼란과 불편이 재발하지 않도록 폭설, 한파, 재해 매뉴얼은 물론 서울시 재난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로보수 공무원이 제설 중복 담당→“전면 민간 용역” 검토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2021 겨울철 재설대책 추진계획 일부분. [서울시]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020/2021년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서울시 도로사업소의 제설업무 과정에서 민간용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겨있다. 당초엔 자치구·도로사업소가 매년 2억~3억원의 예산을 들여 민간 용역 비율을 늘려 왔지만(약 80% 수준) 이를 100%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부터 남부도로사업소가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변봉섭 서울시 남부도로사업소장은 “그간 도로유지·보수 인력이 겨울철 제설작업을 중복적으로 담당해왔다”며 “그러나 민간 용역 업체는 여러 지역에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출동이 용이한 등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설작업과 관련한 민간 용역이 확대될 경우 보다 효율적인 인력 및 장비 운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서울시는 민간 용역이 확대되면 눈 상황에 따라 가용한 장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용역입찰에 참가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장비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경우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한 ‘일반건설기계대여업’으로 등록된 업체 중 1t트럭 24대, 2.5t 덤프 3대, 5t 덤프 2대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용역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제설제→지능형 살포장치, 열선 도입 확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제설대책 관련 입장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또 제설제 목표 확보량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연간 적설량은 감소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2019~2020년) 적설량은 총 8.9㎝, 일 최대 적설량은 4.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 평균 제설제 확보량의 44%만 사용하는 등 쓰지 못한 제설제가 쌓여가는 추세다.

서울시는 기존 ‘제설제 5년 평균사용량의 180%를 확보한다’는 기준을 150%로 낮출 계획이다. 3년간 10%씩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다만 1989~1990년 하루 적설량 14.2㎝, 2000~2001년 23.4㎝, 2009~2010년 25.8㎝ 등 약 10년 주기로 폭설이 발생해온 만큼 강설 상황 및 사용량을 고려해 제설 기간 중 추가 구매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제작한 매뉴얼에서 향후 제설 취약구간 초동대응을 위한 자동제설장치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대신 총 226개소에 염수분사장치(고정식 92개·이동식 134개)와 도로 열선장치를 44개소에 설치하는 등 효율성을 개선한다. 서 권한대행은 “사고다발 지역과 차량정체 지역에 제설감지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하고 골목길에도 제설제가 도포될 수 있도록 소형 제설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기존에 추진해온 ‘지능형 액상 제설제 살포장치’도 확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엔 사람이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수동으로 눈을 감지하던 것을 지능형 영상감지장치를 이용해 눈 또는 얼음을 자동 감지한 뒤 제설제를 자동 살포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상청 예보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강설 사전예측 시스템’도 구축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