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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t 제설차에 불질렀다..폭설 내린 나흘, 무안선 무슨 일이

김준희 입력 2021. 01. 11. 05:02 수정 2021. 01. 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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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간 민간위탁..차 1대당 월 420만원
화물차주들 "부당 지시" 계약파기 선언
영하 20도의 북극 한파가 몰아친 지난 7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제설 차량이 얼어붙은 빙판길을 정비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뉴스1



무안군, 민간 제설차 5대 모두 멈춰

전남 무안군이 민간에 위탁한 제설차 5대를 보유한 화물차주들이 한꺼번에 가동 중단을 선언해 제설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무안군은 10일 "무안군이 운용하는 제설차 8대 중 군 자체 장비 2대와 전남도 지원 장비 1대를 제외한 민간 위탁 제설차 5대가 멈춰 섰다"고 밝혔다. 무안군이 제설 작업을 맡긴 화물차주들이 지난 9일 '업무 중단'을 선언해서다.

이번 제설차 업계의 계약파기 사태는 지난 9일 제설 작업에 투입된 화물차 기사 1명이 자신이 몰던 15t 화물차에 불을 지른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화물차주들은 "나흘 연속 제설 작업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무안군 측이 무리하게 현장 출동을 지시해 해당 기사가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무안군 측은 "민원이 들어와 제설 작업 지시를 재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반박했다.

무안군은 이번 겨울을 앞두고 지난달 10일부터 오는 3월 9일까지 3개월간 무안 지역 제설 작업을 위해 화물차주 5명과 민간 위탁 계약을 맺었다. 눈이 올 때만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조건으로 15t 화물차 1대당 월 420만원이 책정됐다. "제설차는 눈이 오지 않을 때는 대기하고, 운행 횟수와 상관없이 돈이 지급되는 방식"이라고 무안군은 설명했다.

무안군과 계약을 맺은 화물차주들은 이번 겨울 모두 9일간 제설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지난 1일에 이어 폭설이 쏟아진 6~9일 나흘간 연속으로 제설차가 운행됐다. 이 과정에서 화물차주들은 "나흘간 폭설 속에 또 눈을 치우라는 무안군의 업무 지시는 부당하다"며 '계약 파기'를 선언한 뒤 모든 제설 작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세종시의 한 제설차 차고지에서 관계자가 제설용 트럭과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뉴스1



"제설 시늉이라도 해라" VS "있을 수 없는 일"

앞서 지난 9일 낮 12시22분쯤 화물차주 5명 중 1명인 A씨(50대)는 무안읍에서 자신의 차량에서 제설 장비를 분리한 뒤 차량에 불을 질렀다. 화재를 목격한 동료들이 바로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고, 119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불은 차량 일부만 그을린 채 12시35분쯤 꺼졌다.

화물차주들은 "제설제가 거의 바닥났는데도 무안군 측이 '사이렌이라도 울리면서 돌아다녀라', '제설 시늉이라도 해라'고 지시했다"며 A씨와 함께 제설 작업 중단에 동참했다.

이에 무안군은 "제설제 없이 현장에 나가라고 지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통 과정에서 견해 차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당시 민원이 들어오니 (A씨에게) 빨리 간선 도로로 나가 제설제를 뿌려 주고 오라고 재촉한 적은 있지만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물차주들이) 연속 나흘 동안 (제설) 작업을 해 심신이 지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밥을 먹고 쉬는데 우리가 제설 작업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A씨가) '로봇도 아니고 계속 (현장에) 나가라고 하냐'고 반발했다"고 했다.

무안군은 제설 작업을 해야 하는 화물차주 모두가 계약 파기를 선언하자 발만 구르고 있다. 무안에는 10일 오후 5시30분 현재까지 최대 10.5㎝의 눈이 내린 데 이어 11일 오후 9시부터 또다시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서다.

무안군 관계자는 "화물차주들의 조속한 업무 복귀를 위해 설득 작업에 나서는 한편 대체 장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일단은 읍·면 단위로 구성된 자율방재단에 트랙터를 이용해 눈을 치워 달라고 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무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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