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컨슈머]⑧ 정용진·정지선도 나섰다..새해 유통업계 화두 오른 경영전략

홍다영 기자 2021. 1. 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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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업계, EGS 경영 강화
코로나19로 불확실성 확산… 지속가능한 성장 필수
아직은 친환경 전략 치중… 지배구조 개선 필요

유통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됐지만, 최근 ESG가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지표가 되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불씨를 당긴 건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이었다. 8200조원을 운용하는 블랙록은 앞으로 투자·인수하는 모든 기업 심사에 탄소 사용을 15% 줄이는 조건을 추가하고 ESG를 액티브 상품(Active·고수익이 날 만한 종목을 골라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에 고려하기로 했다. 작년 초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주주 서신을 통해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투자 순위로 삼겠다"고 못박으며,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선DB

◇ 롯데·현대·신세계, EGS 경영 화두로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신동빈 회장이 ESG 성과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후 이듬해부터 환경·공정 거래·사회 공헌·동반 성장·인재 고용·기업 문화·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임원 인사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및 기후 변화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모든 사업 영역에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을 3대 실천 과제로 선정했다.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 분야에 ‘5Re(Reduce·Replace·Reduce·Redesign·Reuse·Recycle, 감축·대체·재설계·재사용·재활용)’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4일 '비전 2030'을 선포하고 ESG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를 넓혀 고객 신뢰를 얻고 지속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방향을 구현해 그룹의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게 ‘비전 2030’의 핵심 목표"라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투자를 확대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에 희망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롯데월드의 자원 선순환 캠페인 '그린 월드'/롯데그룹

신세계그룹도 '그린 신세계'라는 기치 아래 전 계열사가 친환경 경영과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세제 리필 매장을 운영하며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아이스팩을 그린 패키징 공모전에 출품해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일반 아이스팩은 땅에서 자연 분해되는데 100년 이상 걸리지만, 신세계푸드 아이스팩은 사탕수수 등 생분해 필름을 적용해 3개월이면 분해된다는 설명이다.

CJ는 CJ제일제당의 작년 추석 선물 세트에서 ‘스팸’의 노란색 플라스틱 보호 뚜껑을 제거하는 등 패키지 3R(Redesign·Recycle·Recover) 정책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작년 추석에만 플라스틱 86톤, 이산화탄소 배출량 80톤, 부직포 100만개 분량을 줄였다"고 했다.

이외에도 롯데칠성음료, 아모레퍼시픽, BGF리테일 등 유통기업들이 친환경 패키지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 국내 유통사 친환경 경영 치중… 지배 구조 개선은 갈 길 멀어

코로나19 이후 기후 변화와 상생이 화두로 떠오르며 EGS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ESG 경영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오너 일가의 갑질이나 도덕적 문제 등이 발생하면 소셜미디어(SNS)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이미지가 손상된 남양유업(003920)은 최근 경쟁사 비방 댓글 논란과 황하나씨의 마약 의혹까지 불거지며 주가가 하락세다. 남양유업 주가는 작년 1월 2일 43만7500원에서 지난 8일 종가 기준 30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용기를 가져오면 세제를 담아주는 이마트의 세제 리필 매장./이마트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은 주식 수익률도 높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지난 7년간 ESG 등급 상위권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보다 수익률이 높고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도 꾸준히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MSCI가 지난 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과 시가총액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곳(독일 에너지 기업 에이온 등)의 시가총액은 2017년보다 15% 증가했지만, 하위 30곳(캐나다 원유 수송 기업 엔브리지 등)의 시가총액은 12% 줄었다.

일각에선 국내 유통 기업의 ESG 경영 대부분이 친환경과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됐을 뿐 지배구조 개선은 해외에 비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통 기업이 삼성 등 제조 기업과 달리 외국계 지분이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본부장은 "엘리엇 같은 해외 헤지펀드가 유통 기업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면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겠지만 현재는 해외 주주의 목소리를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무진 차원에서 환경과 사회 공헌 활동을 기획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윗선에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경영진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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