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지적에.."국민은 개·돼지" 경찰 블라인드 막말

심동준 2021. 1. 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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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SNS 논란..경찰 비판에 조롱·비난
시민 상대 "수사권 줄 권한 없는 주제"
경찰, 소통 강조..현장 양상과는 거리
경찰, 관망하다 뒤늦게 SNS 지시 언급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6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정인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경찰의 '정인이 사건'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들이 시민들의 이런 움직임을 '개·돼지'에 빗대 비하하는 글을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올려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권력기관 구조개편 이후 경찰 권한 강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상당한 가운데, 경찰의 기본 자질 문제까지 대두하는 모양새다.

1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엔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되는 이용자들의 과격·비난·조롱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SNS는 직장 메일 등 경로로 인증한 경우에만 해당 회사 소속으로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볼때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되는 경우 현직 경찰관 또는 관련 공무원 등으로 추정될 수 있다.

앞서 서울 양천구 16개월 입양아 아동학대치사 사건인 정인이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됐다가 연예인 등이 여론 형성에 나서면서 뒤늦게 다시 공분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생전 학대 의심 정황과 이에 따른 신고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경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대처 미흡 등도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된 몇몇 이용자가 공개 적시한 내용은 시민들 여론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이들은 경찰 비판에 대해 "뭐 이렇게 바라는 게 많냐, 세금 그렇게 많이 내냐", "니같은 애들이 암만 떠들어 봐야 변하는 거 없는 거 알지" 등의 글을 올렸다.

[양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그림이 놓여 있다. 2021.01.05. mangusta@newsis.com

또 '시민 수준'을 언급하면서 "(수준이) 너무 낮아서 따라갈 수가 없다" 등으로 언급했다. 또 "개돼지들 수준에 과분하다"고 주장한 이용자는 "검거유공으로 특진만 두 번 했다. 개돼지들 수준에 맞는 경찰인데 뭔 소리"라고 조롱했다.

아울러 "치안도 국민 수준에 맞게 가는 것",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것들이 입으로는 대법관", "개돼지 천국이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머리에 구멍 난다는 말 믿고 나라 뒤집은 국민 수준" 등의 내용이 쏟아졌다.

나아가 "경찰청 민원실도 아닌데 험하게 얘기하는 것이 뭐가 비정상이냐", "하루에 신고가 몇 만 건인데 별일 없이 다 처리하고 1~2개 불거진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식의 발언도 있었다.

수사권 구조 조정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이들은 관련 지적에 대해 "수사권 줄 권한도 없는 주제에"라면서 "이미 넘어왔다", "권한도 없는 것들이 갑질하는 것 같아서 보기가 좀 그렇다"면서 빈정댔다.

이외 "개인의 잘못으로 보기에는 시스템 문제도 있다.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과도하게 욕먹는 것 같다", "일선에 있으면서 보면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등의 비교적 온건한 의견 제시도 있었다.

특정 SNS상 논란 외에도 온라인 댓글 등에서는 경찰 관련 비판에 대한 비난 등 격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일부 민원인 사이에서는 경찰 응대가 권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 내 중론은 "일부의 문제"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권한 집행은 일부 사례라도 대상 시민 개인에게 직접적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인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조화가 줄지어 서 있다. 2021.01.11. dahora83@newsis.com

나아가 권한 부여의 원천을 부정하고, 시민을 집행의 객체로만 여기는 인식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찰 권한 강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같은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SNS 논쟁 사태 초기 경찰은 "작성자가 경찰관인지 알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양상을 관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혁 추진에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뒤늦게 관련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찰은 SNS 등 온라인 활동 관련 지시를 일선에 전파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혁 관련 근무 자세를 강조하는 내용의 복무지시 속에 담긴 내용이다.

경찰은 "개혁 완수를 위해서는 국민 입장에서 진정성 있는 복무자세 확립이 중요한 시기"라고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대민 소통·대응과 관련한 분석, 조직 내 인식 전반에 대한 전향적 개선 방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시에서 친절한 언어 사용, 단정한 용모·복장 등 품위 있는 언행으로 제복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예절을 준수하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SNS 등 온라인 활동에 관해서는 차별 발언, 모욕·욕설, 개인 생각을 경찰 공식 입장인 것처럼 표명하는 표현 등에 유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온적 업무 태도를 지적하면서 무사안일·업무해태로 인한 국민 피해 발생 시 엄중 조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경찰관과 민원인이 상호 존중·소통하는 '공감언행 캠페인'에 동참하자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경찰은 최근 수사 체계, 조직 개편에 따른 시민 편익 향상을 주장하면서 내·외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4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시무식에서 "더 자세하고 진솔하게 알리고,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성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현장 소통 실상을 보면 시민 상대 위압적 응대, 경찰 대상 비판에 대해 조롱·비난으로 응수하는 양태 등이 문제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권한 확대 이후 권위적 집행 만연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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