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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휴대폰 꺼져 있었다"..4살 '내복 아이' 구한 신혼부부

이가람 입력 2021. 01. 11. 12:20 수정 2021. 01. 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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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지난 8일 오후 5시50분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주택가에서 내복 차림으로 추위에 떨던 4세 여아가 시민의 도움으로 구조돼 편의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편의점 제공 CCTV 영상]

영하 20도의 날씨에 내복만 입은 네 살 아이를 길에서 만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서울에 35년만의 강추위가 몰아친 지난 8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강북구의 한 주택가에서 이런 믿기 힘든 일을 맞닥뜨린 신혼부부는 처음엔 눈과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에 결혼한 이병근(30)·함정민(29)씨는 당시 상황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히 이야기했다.


울음소리 따라가 보니 ‘내복 아이’
부부는 강북구 우이동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 아이가 내복 차림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겉옷도 안 입었네? 왜 저기 혼자 울고 있지?”
부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서로에게 물으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네살 정도로 보이는 A양은 길가에 주차된 차량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본 아이는 “엄마를 잃어버렸어요. 찾아주세요”라고 울면서 벌벌 떨었다. 남편 이씨가 곧장 자신의 외투를 벗어 아이를 감쌌다. 아이의 내복엔 대소변이 묻은 것으로 보였지만, 너무 걱정돼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부인 함씨는 아이를 진정시킨 뒤 “너 집이 어디니”라고 물었다. 다행히 아이는 집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찾아간 집은 건물 1층 공용 출입문이 비밀번호로 잠겨 있었다. 아이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몰랐다. 도움을 찾을 길이 없어서 부부는 112에 전화를 했다. 이씨는 “아이가 내복 차림으로 너무 춥게 울고 있다. 도와주셔야 할 것 같다”고 신고했다.


몸 녹이자 “엄마 찾으러 나왔다”

지난 8일 오후 6시2분쯤 내복 차림으로 추위에 떨던 4세 여아의 엄마가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편의점 제공 CCTV 영상]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편의점 밖에서 경찰을 기다렸다. 부인 함씨가 안에서 아이와 대화를 했다. 아이에게 “먹을 것을 사줄게”라고 했지만, 아이는 계속 거절했다고 한다. 함씨는 “아이가 굶주렸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배고프다는 얘기를 직접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대신 함씨는 따듯한 음료를 사서 아이 손에 쥐여주었다. 몸을 녹인 A양은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가 없어서 찾으러 나왔다”고 말했고, 함씨는 “내가, 엄마 꼭 찾아줄게”라고 말했다.


엄마 휴대폰은 전원 꺼져
함씨는 A양의 친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A양이 자신의 팔에 있는 은팔찌를 함씨에게 보여주며 “여기 우리 엄마의 연락처가 있다”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모와의 연락은 닿지 않았다. 함씨는 “팔찌에 적힌 연락처로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 전원이 꺼져있었다”며 “나중에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아이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주택가에서 홀로 방치된 4세 여아를 발견한 함정민(29)씨는 아이 친모의 휴대폰 전원이 꺼져있어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함정민씨 제공]

이후 오후 5시 57분쯤 경찰이 도착했고, 그로부터 5분 뒤인 6시 2분쯤 친모가 아이를 찾기 위해 편의점으로 다급하게 들어왔다. 친모는 곧 경찰로 인계됐고, 서울 강북경찰서는 친모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은 분리 조치해 친척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상습 방임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 잘 모르니 학대로 단정 안했으면”
이씨 부부는 A양을 둘러싼 학대 논란에는 말을 아꼈다. 부인 함씨는 “아이의 어머니가 정말로 학대를 했는지, 아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저희는 전혀 알 수 없다”며 “인터뷰를 통해 아이 어머니의 학대를 증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남편 이씨는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의 어머니가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된다”고 했다.

이씨 부부는 당시 구조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아이를 발견했을 당시에 주위에서 지켜만 보고 그냥 지나쳐가시는 분들도 계셨다”며 “많은 분이 저희처럼 행동했겠지만, 외면하시는 분들의 모습에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게 작은 관심조차 없는 사회가 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논란이 된 와중이어서 ‘내복 아이’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함씨는 정인이 사건에 대해서도 “아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분노하고 안타깝고 마음 아파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비난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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