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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트럼프, '자진사퇴' 닉슨의 길 걸을까

이혜영 기자 입력 2021. 01. 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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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탄핵, 공화당은 하야..'책임론'엔 한 목소리
수정헌법 25조 발동해 직무 박탈 가능성도 여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지난 6일 미 의회 의사당 난동 사태로 '내란선동' 비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과 '자진 사퇴' 압박에 놓여 있다. ⓒ 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세 갈래 갈림길에 섰다. 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의사당 난동 사태에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내란선동' 혐의를 들어 탄핵에 속도를 올리고 있고, 공화당은 자진 사퇴를 꺼내들었다. 여기에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통한 직무 박탈 가능성도 여전히 불씨가 남은 상황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 등을 잇달아 차단 당하며 'SNS 난민'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 속에 향후 행보를 고심 중인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닉슨'이 될 지, 아니면 내란 혐의 속에 탄핵 또는 직무박탈을 당하는 역사상 첫 대통령이 될 지 여부는 금주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탄핵 추진해 '정치적 재기' 원천봉쇄  

미 민주당은 이르면 1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하원 표결에 나선다. 다만, 하원에서 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원 송부는 시간을 갖고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상황에선 상원 통과여부가 불확실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도 맞물린 점을 감안해아 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10일 폭스뉴스에 출연,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 일정에 대해 "아마 화요일(12일)이나 수요일(13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5명(경찰 1명·시위대 4명)의 사망자를 낸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회 난동 사건 이후 곧장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준비해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의장은 지난 9일 의원들에게 "워싱턴 복귀를 준비하라"는 지침을 내리며 탄핵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탄핵소추안 통과 요건은 하원 과반 찬성이다. 민주당은 435석 중 과반인 222석을 차지해 통과가 확실시 된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100석 중 3분의2인 최소 67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의석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으로, 민주당이 전원 찬성해도 공화당에서 추가로 17명의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1월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 행정부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 로이터 연합

그러나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는 19일까지 상원이 재소집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탄핵 추진 시간표가 지연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오는 20일 이후에나 탄핵소추안에 대한 상원 심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속도 조절을 하며 탄핵 정국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선 재출마나 정치적 재기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퇴임 후 탄핵을 추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상 유례 없는 두 번째 탄핵 절차를 밟게 된 데다, 미 민주주의 심장을 건드리며 '내란선동' 혐의까지 받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굳혀 트럼프 대통령 재기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고위 관료가 퇴임 후 탄핵 당한 전례가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이 향후 조치에 따라, 법적 대응에 나서며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라는 압력에 직면했지만,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1월7일(현지 시각) 선거인단 투표를 처리하기 위해 재소집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최종 인증하자 기도를 올리고 있다. ⓒ AFP 연합

등 돌린 공화당…출구전략 고심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에 더해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 의원은 10일(현지 시각) 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의 선택은 대통령직 사임"이라고 직격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투미 의원은 임기를 불과 10일 남겨둔 상황에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려면 행정부 내 의지나 공감대가 전제돼야 하고, 탄핵 추진을 하기 위한 시간이 촉박한 만큼 자진 사퇴가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였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도 앞서 공화당 의원 중 처음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는 대통령의 사임이 필요하다는 입장 속에 적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교차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AP통신은 백악관이 사임 요구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방어해주는 공화당 동료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며 "점점 고립된 채 백악관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을 하게 되면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뒤를 잇게 된다. 하지만 닉슨 대통령은 후임인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기 중 모든 범죄에 대한 사면을 약속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상황이 다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사면'을 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무효화'를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데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화합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사면한다 하더라도 연방정부 내 범죄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확실한 안전판이 되지 못한다. 현재 미 연방검찰이 수사 중인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국외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대통령 사면 뒤에 숨어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실익이 없는 사임 보다 탄핵이나 직무배제 조치가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탄핵 등 외부 결정으로 자리에서 내려오면 지자들에게 '부정선거로 인한 희생양' 이미지를 끝까지 각인시키고, 불법 행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다소 희석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의회 경찰이 1월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내 하원 본회의장에 침입한 시위대를 엎드리게 한 후 총을 겨누고 있다. ⓒ AP 연합

SNS 난민된 트럼프의 침묵

의회 난동 사태 이후 내각의 줄사퇴와 공화당 내 측근조차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추가로 내놓을 지 촉각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폭력 선동을 이유로 트위터 계정 사용을 영구정지 당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역시 사용이 잠정 중단돼 'SNS 대통령'에서 졸지에 'SNS 난민' 신세가 됐다. SNS를 활용한 소통 채널이 사실상 모두 끊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공개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반강제적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팔러'나 '갭'(Gab) 등 비주류 소셜 미디어로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팔러는 '큐어넌'(QAnon)과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등 극우 단체 회원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애용하는 SNS로 통하는데, 애플과 구글은 최근 팔러의 다운로드를 막았고, 아마존은 웹 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폭동을 선동했다는 비난이 잇따르자 당시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순직한 경찰관을 추모하는 조기 게양을 결정하며 뒤늦게 수습 행보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탄핵과 자진 사퇴 압박 등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늦은 조치에 돌입했지만, 경찰 유족들과는 그 어떤 접촉도 없었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이 영구정지 되기 전 지난 9일 남긴 글에서 "나는 1월20일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순조롭고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그러나 152년 만에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하는 현직 대통령의 역사가 기록되는 날, 트럼프 지지자들이 또 다시 대규모 난동을 예고한 상태여서 정치적 혼란과 함께 충돌 긴장감은 계속해서 고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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