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생각에 일상생활이 힘드네요".. 대리외상증후군 겪는 시민들

양다훈 2021. 1. 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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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대리 외상 증후군'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현재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인이 사건을 접한 후 이같은 대리 외상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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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정인이 생각"
직접 겪지 않아도 심리적 외상 입는 것
곽금주 교수 "정인이 사건 너무 자세하게 보도"
상담사 "증후군 겪는 이에겐 공감해주면 된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양평=뉴스1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대리 외상 증후군’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11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게시판에는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정인이가 생각나 화장실 가서 눈물 흘렸다.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직접) 얼굴도 못 본 정인이가 생각나 괴롭고 죄책감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회원은 “검색을 통해 내가 대리 외상 증후군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정인이의 묘지를 직접 보고 와서 감정을 좀 추스를 수 있었다.저처럼 감정적으로 많이 힘드신 분들은 정인이 가는 길을 보러오셔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맘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인이 사건을 접한 후 이같은 대리 외상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정인이는 (엄연히) 남이고, 그런 아동학대범들이 한둘이었나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혼자 겪었을 일들이 자꾸 상상이 되고 아이가 겪었을 고통이 너무 와 닿아서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마음이 조여들고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나도 그렇다”며 동조하는 댓글이 상당히 많았다.

대리 외상 증후군은 일반인들이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언론매체를 통해 사고 장면을 보면서 자신 역시 심리적 외상을 입는 것이다. 주로 잔혹한 사건·사고를 자주 접하는 경찰관, 소방관 등에게서 이 외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리 외상을 입을 경우 ‘공포·무기력·분노→불안→불신’으로 이어지는 심리 변화를 겪게 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공감능력은 제각각이다”라면서도 “정인이 사건 관련 언론 보도가 과잉상태”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정인이 사건이 너무 상세하게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 대리 외상 증후군을 겪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척추가 어떻게 됐다든지 등 너무 자세하게 보도하게 되면 부모 입장에서도 그렇고 아이들 입장에서도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상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곽 교수 제공
그는 “외국의 경우 엄격하게 보도를 제한한다”며 “과거 세월호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의 경우도 너무 자세하게 보도됐다”며 “예를 들어 화재가 발생해 위험을 빨리 알려야 하는 것과 사람이 어떻게 다쳤는지에 대한 것은 구분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인이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학대 정황과 피해 상태가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게 보도됐다는 것이다.

그는 대리 외상 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관련 행동을 하면 된다”며 “예를 들어 서명운동에 서명을 한다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주변 가정에 제2의 정인이가 있을 수 있다”며 “과하게 고발하란 소리가 아니고 주변 가정 엄마의 힘든 부분을 나눈다든지 아이가 뛰쳐나가면 다독거리거나 안아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에서 근무하는 전성민 상담심리사는 “주변에서 대리 외상 증후군을 겪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라며 “안정화를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누군가 힘든 감정을 표출하면 ‘아 그 부분이 당신한테 힘들군요’라며 공감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게 하면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거절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안정적인 위로를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주말 영하의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묘지를 찾았다. 지난 9일~10일 양일간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는 오전부터 정인이를 추모하려고 모인 방문객들이 길게 줄지어 섰다. 정인이 묘지에는 꽃다발, 인형, 과자 등 각종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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