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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판 제설쟁의'..그는 왜 자신의 제설차를 불태웠을까

정성환·고비호 호남본부 기자 입력 2021. 01.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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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화물차주, 작업 거부·방화 원인 놓고 견해 엇갈려 논란
제설차 차주, "제설제가 없는데도 무작정 현장에 내몰아 화났다"
군, "연속 제설작업으로 심신 지친 상태에서 요청해 짜증났을 것"

(시사저널=정성환·고비호 호남본부 기자)

전남 무안군과 위탁 계약을 맺은 제설차 차주가 군과의 갈등으로 제설작업을 거부하고, 차량을 불태우는 사건이 일어나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던져 주고 있다. 특히 이른바 '무안판 제설쟁의' 원인을 놓고 무안군과 화물차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원 해소 차원에서 "간선도로 제설작업을 더 해라"는 무안군의 업무지시에 염화칼슘과 소금 등 제설제 없이 현장에 계속 나가라고 한 것은 '부당한 지시'였다는 화물차주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남의 한 자치단체 소속 제설차. 본 기사와 관련없음 ⓒ시사저널 자료사진

11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무안군이 운용하는 제설차 8대 가운데 자체 장비 2대와 전남도 지원 장비 1대를 제외한 민간위탁 제설차 5대가 멈춰 섰다. 무안군으로부터 제설작업을 맡은 화물차주들이 지난 9일 업무 지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설작업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더구나 무안군 지시에 반발해 한 화물차주가 자신의 차량을 불태우는 사건까지 발생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제설차 업주들의 업무 중단 사태는 무안군 B건설교통과장의 '지시'가 발단이 됐다. 지난 9일 오전 10시께 무안읍 고절리 군청 소유 제설창고를 찾은 B과장은 주차돼 있던 민간 위탁 제설차량을 보자, "빨리 간선도로로 나가 더 제설제를 뿌려 주고 오라"고 이곳 상주 담당 군청직원에게 지시했다. 해당 직원은 제설 작업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던 화물차주 A(51)씨에게 이 같은 과장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A씨는 낮 12시 22분쯤, 자신이 몰던 15톤 화물차에서 제설 장비를 분리한 뒤 차량에 불을 질렀다. 화재를 목격한 동료들이 바로 소화기로 진화에 나섰고, 119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불은 차량 일부만 그을린 채 10여분 만에 꺼졌다. 이에 대해 무안군 관계자는 "차주들이 연속 나흘 동안 제설 작업을 해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며 "우리가 제설 작업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밥을 먹고 쉬고 있던 A씨가 반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주 A씨의 입장은 달랐다. A씨는 "제설 작업이 힘들거나 귀찮아서가 아니었다"며 소금 등 기본적인 제설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설에 나가라'는 업무지시가 떨어지자 화가 나 이런 행동을 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제설제는 염화칼슘과 소금을 2대 1의 비율로 혼합하거나 각각 개별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무안군 제설창고에는 염화칼슘 용액을 만드는 기계가 고장나 용액을 제조할 수 없었고, 소금 재고마저 바닥난 상태였다고 A씨는 털어놨다. 

무안군과의 갈등으로 인해 불에 일그러진 한 화물차주의 제설차가 무안읍 군청 소유 제설창고 옆에 세워져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A씨는 이런 상태에서 무안군이 제설작업에 나서라고 종용하는 것은 주민을 우롱하는 보여주기식 '제설 시늉'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제설제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무작정 현장에 내몰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에 나머지 4명의 화물차주도 A씨의 주장에 동조해 업무를 중단했다. 

반면 무안군 측은 제설 작업 지시를 재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는 입장이다. 소통 과정에서 견해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당시 B과장의 지시에 따라 A씨에게 빨리 간선도로로 나가 제설제를 뿌려 주고 오라고 재촉한 적은 있지만 시늉이라도 해라고 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화물차주 반발을 불러일으킨 업무지시가 빈 차로 돌아다니라는 뜻이 아니라 차량 전면부 삽날로 도로에 쌓인 눈을 밀어내라는 내용이었다는 게 무안군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A씨는 "소금 재고가 없어 미리 예비 살포를 못해 도로 바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차량 전면부 삽날질은 '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무안군 관계자도 "당시 세부적인 제설제 수급 상황은 모르겠으나 이날(사건 발생일) 오후 2시에 소금이 들어오기로 했고, 염화칼슘 용액 제조기계가 고장 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앞서 무안군은 자체 장비 2대와 전남도 지원 1대 만으로는 제설작업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 겨울 민간위탁 방식으로 제설용 화물차 5대를 보충했다. 무안군과 화물차주들이 체결한 위탁은 제설차는 눈이 오지 않을 때는 대기하고, 눈이 올 때만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조건으로 운행 횟수와 상관없이 돈이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화물차주들과 계약을 맺은 무안군은 지난달 10일부터 오는 3월 9일까지 3개월간 눈이 올 때만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조건으로 15톤 화물차 1대당 월 420만원을 책정했다. 차주들은 이번 겨울 모두 9일간 제설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지난 1일에 이어 폭설이 쏟아진 6~9일 나흘간 연속으로 제설차가 운행됐다. 

우선 당장 무안군은 제설차 5대를 보유한 차주들이 한꺼번에 가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제설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무안에는 10일 오후 5시30분 현재까지 최대 10.5㎝의 눈이 내린 데 이어 11일 오후 9시부터 또다시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기 때문이다.

업무 중단에 동참했던 일부 화물차주들은 무안군 관계자와 면담 끝에 제설 업무 복귀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 3명은 10일 오후부터 복귀했다. 하지만 불에 타 훼손된 화물차 차주와 또다른 한 차주는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군 관계자는 "면담을 통해 오해가 해소됐다"며 "오늘(11일)까지 불참 차주에 대해 설득해보겠으나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 대체 차량을 투입해 제설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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