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이제 겁날 때 됐다" 기우일까, 직언일까
개인과 기관의 '역대급' 공방 끝에 코스피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쳤다. 기관의 3조원 넘는 순매도에 개인투자자는 4조원 넘게 매수하며 3100선을 지켰다.
그러나 국내 증시 '큰손'으로 자리한 개인투자자를 두고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막대한 유동성으로 증시 하방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다른 매수 주체에 비해 시장 변화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 일중 변동폭은 170.04포인트로, 역대 2번째로 컸다. 코스피가 1400선까지 급락했던 지난해 3월 19일(186.66포인트) 이후 최대다.
이날 증시는 '개인과 기관의 전쟁'으로 요약됐다. 개인은 4조4763억원을 사들이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을 새로 썼다. 직전 최고 기록(2020년 11월 30일·2조2206억원)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이에 기관은 3조7337억원의 '매도 폭탄'으로 맞섰다. 이 역시 최대 규모다. 직전 기록은 지난해 12월29일에 기록한 1조9734억원이었다.
특히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의 고유재산 운용계좌인 금융투자가 2조208억원을 순매도하며 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역시 719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44조694억원으로, 지난 8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40조1927억원)를 하루 만에 새로 썼다.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도 64조2331억원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20조1637억원으로 역대 3위였다.
선물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23계약, 4021계약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4930계약을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약세를 보인 가운데 증권이 3%대 강세를 보였다. 건설업, 전기전자, 운송장비 등은 1~2% 상승했다.
반면 철강금속, 기계, 전기가스업, 통신업 등이 2~3% 하락했다. 유통업, 의료정밀, 금융업, 은행, 보험도 1% 넘게 떨어졌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는 현대차가 '애플카' 협력 소식 여파가 이어지며 8.74%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기아차도 2.64% 동반 상승했으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차익 실현 매물로 1.95% 하락했다.
반도체 호황 기대감에 삼성전자는 2.48% 오르며 종가 기준 9만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반도체 2등주인 SK하이닉스는 3.62% 하락했다.
이외 셀트리온(1.91%), 카카오(4.38%), SK이노베이션(3.89%) 등도 강세였다. 반면 삼성SDI(-1.22%), LG화학(-0.10%) 등은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16포인트(1.13%) 내린 976.63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은 880억원, 336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은 962억원을 팔아치웠다.
IT 소프트웨어, 정보기기, 통신서비스 등이 1~2% 하락했고, 특히 음식료 담배가 4%대 약세였다. 섬유의류, 제약, 금속 등도 2%가량 떨어졌다. 반도체, IT부품, 방송서비스 등은 강보합이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6.20%)와 CJ ENM(2.37%), SK머티리얼즈(1.71%) 등은 올랐으나 나머지 시총 상위주가 대부분 부진했다. 에이치엘비, 씨젠, 알테오젠 등이 2~3%대 약세였다.
일각에서는 연초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증시가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3200선은 120일, 200일 이동평균선과 이격도가 1980년 이후 최고치 수준"이라며 "단기 과열·밸류에이션 부담의 한계점에 근접한 지수레벨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 상승 분위기에 급등락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당분간 금리, 환율 등락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 증시 역사에 유례 없는 '개인이 이끄는 장세'를 두고서 시각이 엇갈린다. 증시 하방을 지지할 든든한 '뒷배'가 될 수도 있지만,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매수세가 순식간에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현 증시는 개인이 이끄는 유례 없는 장세"라며 "이날만 해도 급등에 따른 부담, 트럼프 탄핵 이슈 등 조정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대규모 매수를 기반으로 하락 폭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그만큼 시장 유동성과 개인 대기자금이 풍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단기 악재에 반응할 여지는 있지만, 개인 매수세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때 한국의 '닥터둠'으로 불린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지금은 유동성 장세 마지막에 (개인투자자의) 욕구가 최대한 분출된 형태라고 보인다"며 "개인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힘이 분산돼있는 형태라 약간의 변화에도 전략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휩쓸리는 성향이 많은데, 지금까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면 이제는 겁이 날 때가 됐다"며 "상황이 바뀌면서 그동안 악재가 한꺼번에 다 나오는 형태가 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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