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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약한 여성에 바치는 '액션 페미니즘'..연극 '달걀의 일'

이재훈 입력 2021. 01.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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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서 펼친 연극 '달걀의 일'은 '여성 서사' 공연에 제동을 건다.

안 대표는 '사랑연습 갈비뼈 타령'과 '당곰이야기', '바리이야기' 등 여성서사로 주목 받아왔는데 사실 '달걀의 일'이 이들 맨 앞에 위치해 있었다고 했다.

한편 올해 예술위의 '2020 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은 '달걀의 일' 등 연극 5편을 포함 무용 8편, 전통예술 3편, 뮤지컬 4편, 창작오페라 1편 등 총 21개 작품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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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서울=뉴시스] 연극 '달걀의 일'. 2021.01.11.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서 펼친 연극 '달걀의 일'은 '여성 서사' 공연에 제동을 건다.

창작집단 푸른수염 안정민 대표가 연출한 신작 연극으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이다.

여왕이 존재한 신라시대의 수도였던 경주가 배경이다. 여성 고고학자와 할머니, 남성, 폭력, 유물, 전설, 신라시대 '향가'를 한데 다루며 전통적인 소재 속에서 새 리듬·선율을 발견한다. 또 그 안에 묻혀 있을 아픔과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냈다.

극의 주인공 민채 경주 할머니 집 앞에는 무덤이 있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이 무덤과 관련한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줬다. 요괴가 여인으로 변해 동네 남자들을 홀린 후 심장을 빼먹고 다녀서, 용맹한 장군이 처단했다는 내용이다.

어릴 적 무덤 주변을 파내 수상한 문서를 발견한 민채는 그 설화에 의문을 품었다. 명문대 연구소에서 일하는 고고학자가 된 그녀는 해당 무덤에 남신(男神)이 아닌 여신(女神) 관련 중요한 유물이 발견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민채는 무덤을 본격적으로 발굴하고자 시민 동의를 받기 위해 나선다. 그 중에는 유명 국회의원이 된 초등학교 동창 남성도 있다. 그와는 민채가 기억하지 못하는 학교 담벼락과 연관된 추악한 악연이 있다. 마음 속에서는 곪아갔으나, 가뭇없이 사라진 그 아픔이 민채의 기억 속에서 스멀스멀 암울하게 피어오른다.

촘촘한 이야기, 유연한 무대 전환 등 연극의 밀도가 상당히 빽빽하다. 그동안 연극계에서 드물었던 고고학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띠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대 배치 등의 구성과 연출도 좋다. 무대 맨 뒤에 무덤 형상이 있고, 그 앞에 투명 유리막을 세웠다. 민채의 아픈 공간이자 기억을 가로막은 담벼락이 중간에 위치해 있다.

[서울=뉴시스] 연극 '달걀의 일'. 2021.01.11.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동시대 배금주의도 겨냥한다. 민채의 국회의원 동창이 무덤 발굴을 지지한 이유는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는 경제적 논리였다. 무덤 속 숨겨진 여성서사를 돈이 되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잇속을 따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비겁하게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털어놓고 사과하기 싫어 민채를 슬쩍 떠보기도 한다. 그의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여성에 대한 사과가 얼마나 수박 겉핥기 식인지를 보여준다.

연극은 고발적 관점에만 머물지 않는다. 충격적인 결말은 새로운 '액션 페미니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적극적이다. '끔찍한 카타르시스'도 선사하는데, 이 시대의 슬픈 여성에게 바치는 일종의 제의처럼도 느껴진다.

안 대표가 이끄는 '푸른수염' 극단 이름은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 속 여성들의 실종사건을 밝히기 위해 위험과 모험을 감수하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안 대표는 '사랑연습 갈비뼈 타령'과 '당곰이야기', '바리이야기' 등 여성서사로 주목 받아왔는데 사실 '달걀의 일'이 이들 맨 앞에 위치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픈 기억을 객관화해 발굴하고 그 기억 속에서 서러울 것을, 즉 여성의 역할과 피해자의 역할을 부여 받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고 말했다.

민채 역의 정새별, 할머니 역의 이정미, 국회의원 역의 임준식 등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권령은의 안무, 김민정의 작창은 극에 그로테스크함을 더한다.

현재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역 지침에 따라 두 좌석 띄어앉기를 적용한다. 입소문이 나 대다수의 좌석이 모두 팔려나갔다. 오는 17일까지.

한편 올해 예술위의 '2020 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은 '달걀의 일' 등 연극 5편을 포함 무용 8편, 전통예술 3편, 뮤지컬 4편, 창작오페라 1편 등 총 21개 작품을 선정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켜 오는 3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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