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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골 더 깊어져..10년 뒤 내다보고 대화 물꼬부터 터야"

세종=변재현 기자 입력 2021. 01. 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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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코로나 시대 노동개혁 어디로] <하> 제3의 길, 노사 신뢰에 있다 -노사정 지상 좌담
노동시장 변화 공감하면서도 해법 제각각..사회적 대화 공전
정부도 정치적 성과에만 매몰돼 과거 '제로섬 게임' 되풀이
타협 어려운 노동법 개혁 나서기 전 파트너십 먼저 회복 필요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오승현기자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이사
노동시장 개혁 시리즈 좌담회/권욱기자
[서울경제] 지난해 국내 노동시장의 법과 제도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며 22년 만에 노사정이 한 테이블에 모였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결국 반쪽짜리 합의로 막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노동시장 환경은 말 그대로 급변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발달 등으로 기존의 노동 구조는 뿌리까지 흔들렸고 코로나19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노사 모두 동의하는 바다. 노사의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는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는 사회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사정 지상 대담을 11일 마련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이사,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가 노사정 대표로 참석했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화두로 ‘통합’을 내세웠지만 정부가 노동 존중 정책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정부가 노동계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있다며 불신을 보였다. 대타협이 없다면 그동안 깊어진 불신의 골이 앞으로도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희망도 있다. 노사정 대표들은 “노사가 협력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10년 앞을 내다보고 노동 개혁을 준비하자”고 입을 모았다.

노사 모두 코로나19로 촉발된 노동시장의 변화가 더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강 위원장은 “코로나19 시대에는 양극화가 심화되며 중소 자영업자와 특수근로종사자 등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더 타격받을 확률이 높다”며 “노동 3권을 모두에게 제공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 상무는 “다앙한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을 노동법으로 일률적·획일적으로 규율하면 신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별도의 보완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의 제한도 일의 집중도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유연화하고 임금제도도 성과급 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회적 대화가 공회전해온 것은 이처럼 노사의 기본 관점과 이에 따른 이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노동법 개정은 노사에 제로섬 같은 것이어서 명시적인 타협은 어렵고 갈등만 유발하는 의제”라며 “지난 20년 사회적 대화는 지나치게 노동법 개정을 위한 타협 기구로 기능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정치적 단기 성과에 매몰돼 과거 정부와 똑같은 길을 답습했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노사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친(親)노동 드라이브로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상무는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의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가 경제의 발전과 노사 관계 선진화, 노사 상생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후 논의에서는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방의 주장만을 수용·지지하거나 정책적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사회적 대화를 요식행위로 추진한다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 문 정부 초기에 추진됐던 사회적 대화가 노동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다. 강 위원장도 “탄력 근로제가 필요한 업종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현장 상황을 고려해 보완책을 고려해야 했고 최저임금 1만 원 공약도 중기·영세 사업장을 위한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을 병행해야 했다”며 “‘을들의 전쟁’을 만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국회를 중심으로 노동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교수는 “노동법 개정에 있어 노사 합의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경사노위 차원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회 노동개혁특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남 상무는 “노사 당사자가 배제된 법·제도의 변화는 법의 적용과 해석을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도 “국민 여론조사를 해보면 신뢰도 낮은 기관 중 한 곳이 국회”라며 “노동법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맡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사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최 교수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는 노사 파트너십과 신뢰를 축적하는 데 소홀했다”며 “정부 역시 노동법 개정 이외의 의제, 특히 노사가 협력하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의제와 사업을 개발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도 “협약 자체에 목적을 두지 말고 가볍게, 하지만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며 “10년을 바라보고 현 정부가 아니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를 이어받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노총에서도 집행부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는 어렵겠지만 산업별 대화까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대화는 꾸준히 이뤄져야 하며 다양한 채널은 끊임없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스타트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서비스연맹이 ‘사회적 대화 포럼’에서 배달 라이더의 안전·생계 보장을 위한 협약을 맺는 등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변재현·방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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