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운전면허 빠르고 싸게'? 불법 개인교습 기승

서효정 기자 입력 2021. 1. 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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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작년에 '운전면허'를 딴 사람이 70만 명이 넘습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수능이 끝나며 면허를 따려는 수험생들도 몰리고 있습니다. 이 틈을 노리고 빠르고 싸게 면허를 따게 해주겠다는 개인 교습이 기승입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서효정 기자가 운전면허를 실제로 따보면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밀착카메라입니다.

[기자]

기다리고, 서류를 적고, 또 기다리고.

로나19 감염 위험과 한파에도 사람들이 찾는 곳, 바로 운전면허시험장입니다.

[금일 필기시험이 모두 마감됐습니다.]

[(내일…)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안 하고요.]

첫 관문인 필기시험 응시조차 쉽지 않습니다.

운전을 위한 기능 시험과, 도로주행까지 하려면 시간을 넉넉히 투자해야 합니다.

[2020년 12월 1일 '뉴스룸' : 저처럼 면허가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면허가 없습니다.

한때 전동차 운전도 못했죠.

저도 성수기를 맞아서 면허를 이번 기회에 따보기로 했습니다.

필기시험부터 준비합니다.

필기는 도덕성 검증이란 말이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문제를 풀어 봅니다.

학과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다음은 장내 기능 시험입니다.

[운전전문학원 관계자 : 거의 두 달은, 두 달 반 넘게는 바라보셔야 돼요.]

순번을 기다려 정식 학원을 통해 어렵게 연습면허를 땄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솔깃한 정보들이 들립니다.

이 명함을 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해준다고 적혀 있습니다.

불법 업체는 아닐지 걱정이 되는데요.

전화를 직접 걸어보겠습니다.

교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능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니,

[A씨/개인교습 강사 : 내일부터 가능하고요. 학원비 절반 가격으로 배운다고 보시면 돼요.]

통화 다음날, 강사를 만났습니다.

바로 운전석에 타라고 합니다.

브레이크엔 쇠막대가 달려 있습니다.

조수석에서 브레이크를 움직일 수 있도록 개조한 것입니다.

주차장 안에서 본격적으로 좌회전, 우회전 연습을 시작합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면허시험장) 직원들도 다 알고 20년 넘게 일했어요. 우리가 계속 여기서 일을 하니까 알지, 서로.]

그러더니 도로로 나가라고 합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왼쪽으로. 이제 도로 나갈 거예요. (지금 가요?) 어, 출발. 붕 해봐. 괜찮아. 힘 빼고 붕 해봐.]

시험장 앞은 왕복 8차로, 실수로 버스전용차로에 들어섭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여기로 가도 돼요? 버스전용차로…) 신경 쓰지 마.]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 5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근처 B아파트의 주차장입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아파트 주차장에 빈 데 있으면 바로 주차 배울게요.]

T자 주차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자, 핸들 왼쪽으로 다 감아 볼게요. (어떻게요?) 이렇게 접시 돌리듯이.]

주먹구구식 설명이 이어집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내가 경계석이라고 생각하고 나한테 맞추면 돼, 이걸.]

헷갈린다고 하자 운전실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헷갈려요. 여기가 다 주차장이고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그거랑 상관이 없지, 핸들링 때문에 그러는 건데…]

다음 교육은 가속 코스.

역시 아파트 단지 안입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첫 번째 가로등 보이시죠? 시속 20㎞ 구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실컷 밟아서 지나가야 돼요. 붕.]

사람과 차량이 끊임없이 지나다닙니다.

마지막 언덕 코스 교육도 단지에서 이뤄집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응, 붕. 발 떼. 그 탄력으로 올라가고 정지. 뗐다가 3초 후에 출발.]

폭설이 내린 직후라 길이 얼었습니다.

눈길에 바퀴가 헛돕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못 올라가는데?) 눈길이라서 그런 거예요. 됐어요.]

맞은 편에 파출소가 있지만 교육이 계속됩니다.

이래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주차장에서 운전하는 건 도로법상 도로가 아니라 상관없는 거예요. 여기 아저씨들을 아니까 해도 잘 뭐라고 안 해.]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B씨/해당 아파트 경비원 : 누가 주민들이 알아. 절대 못 하게 하지! 차 긁히는 게 제일 문제잖아. 누가 하라고 그러겠어.]

돌아오는 길에도 기자가 운전대를 잡습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이면도로는 괜찮아요, 아파트 이면도로는.]

연습면허가 없었다면 무면허 운전을 한 시간 가량 한 셈이 됩니다.

본인을 학원에서 감독관도 맡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학원에서) 시험 보고 이러면 내가 들어가. 내가 감독을 해. 내가 감독관이야.]

학원에 문의해보니 그런 이름을 가진 강사나 감독관이 없었습니다.

[C운전전문학원 관계자 : (박OO 강사님이요.) 아뇨, 그런 분 안 계시는데요.]

자격증 여부와 상관없이, 돈을 받고 하는 개인 교육, 허가된 곳이 아닌 곳에서의 교습, 모두 불법입니다.

[최대근/경찰청 운전면허계장 : (개인교습을 받으면) 보험사에서도 보험금 지급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고 발생 시 많은 피해가…]

강습이 끝난 뒤 또다른 수강생이 있다며 떠나는 강사,

[A씨/개인교습 강사 : 네, 어디쯤이세요? 이분은 OO학원에서 했다가 OO학원에서 도저히 안 되니까 오신 거야.]

강사는 코로나19로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져서 불법임을 알고도 강습을 해왔다는 입장입니다.

[A씨/개인교습 강사 : 처음에도 내가 '저를 못 믿겠으면 안 하셔도 돼요'라고 그랬잖아요. 근데 본인들이 하시겠다고 한 부분이잖아요.]

경찰은 해당 강사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와 무면허 방조 혐의로 조사할 예정입니다.

시험장 문앞에도 이렇게 불법 교습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험장 앞에서 개인교습 명함을 받았다는 사람들은 요즘도 많은데요.

단속도 필요하지만 응시자 본인이 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책임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VJ : 서진형 / 영상디자인 : 배장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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