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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가 뭐길래..코로나 비상에도 낚시 인파 '바글바글'

최승현 기자 입력 2021. 01. 11. 21:18 수정 2021. 01. 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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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호 낚시터 가보니

[경향신문]

지난 10일 오후 북한강 상류인 강원 춘천시 서면 오월리 얼음낚시터에 300~400명가량이 몰려 빙어낚시를 하고 있다. 낚시꾼들이 추위를 막기 위해 얼음판 위에 쳐놓은 텐트도 곳곳에서 보인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산천어·송어축제 취소 여파
주말이면 300~400명 몰려
‘코로나 출입 통제’ 표지 무시
영업제한 시설에 해당 안 돼
시, 출입금지 강제 못해 곤혹

“도대체 빙어가 뭐길래 이 난리들인지 모르겠어요.”

호반의 도시인 강원 춘천시 서면·사북면 일대 춘천호가 얼음낚시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거리 두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도권 등에서 빙어를 잡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과 휴일, 춘천호 상류는 얼음 구멍을 뚫고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휴일인 지난 10일 오후 춘천시 서면 오월리. 지방도 바로 옆에 펼쳐진 얼음벌판엔 어림잡아 300~400명가량이 자리를 옮겨가며 빙어를 잡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얼음판 위에 쳐놓은 텐트만 40여개에 달했다.

일부 가족 단위 낚시객이나 동호인들은 텐트 안에 가스불까지 피워놓고 얼음낚시에 빠져 있었다.

춘천시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얼음벌판 옆 가드레일을 따라 설치해 놓은 통제선은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하천지역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을 무신경하게 바라본 후 주저 없이 통제선을 넘나들었다. 낚시터 입구 2차선 도로변엔 불법주차를 한 차량 수십대가 늘어서 있어 교행이 어려웠다.

차량을 타고 진입하던 김진선씨(41·서울)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오월리’를 치면 ‘빙어’가 함께 뜰 정도로 유명한 곳이어서 아들과 함께 왔는데 정체 현상까지 빚어지는 것을 보니 자리를 잡기 힘들 것 같다”며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처럼 밀려드는 빙어 낚시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은 세월낚시터, 지촌1리 마을회관 앞, 신포낚시터, 고탄리 등 10여곳에 달한다. 매년 1월 약 3주간 1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던 산천어축제가 취소돼 시가지 전체가 썰렁해진 화천군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춘천호 상류 주민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화천 산천어축제와 평창 송어축제 등 얼음낚시를 테마로 한 겨울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다 보니 춘천지역 빙어 낚시터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며 “일부 낚시꾼들이 얼음판 위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얼음낚시터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지난 1일부터 하천계와 안전관리계 직원 등을 대거 투입해 특별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실외 자연 낚시터의 경우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같은 영업제한 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출입금지’를 강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춘천지역엔 하천법상 낚시금지구역으로 설정된 곳도 없다. 이철규 춘천시 건설과 하천계장(56)은 “호수의 얼음벌판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모여든 낚시꾼들을 강제로 해산시킬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촌리의 경우 마을 주민들과 협의해 진입로 입구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께 계도활동을 하고 있는 경찰도 낚시꾼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엄중한 때인 만큼 이번 겨울엔 되도록 얼음낚시를 참아달라”고 했다. 몸길이가 10~15㎝가량의 냉수성 어종인 빙어는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투명해 보여 ‘공어’로도 불린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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