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물 역류에 담배연기 테러.. 한파에 집콕족은 전쟁 중

최지웅 입력 2021. 1. 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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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의 한 구축아파트 1층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모(43·여)씨는 지난 7일 출근하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진땀을 빼야 했다.

위층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바람에 1층까지 역류한 물이 차오른 것이었다.

홍씨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파트 복도나 베란다에서 창문만 열고 몰래 흡연을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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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속 물벼락 저층 주민 울상.. 최강 한파에 이웃간 관계 '파열음'


경기도 고양의 한 구축아파트 1층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모(43·여)씨는 지난 7일 출근하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진땀을 빼야 했다. 아이들을 맞기 전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다 베란다 바닥에 검은 거품물이 잔뜩 고여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위층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바람에 1층까지 역류한 물이 차오른 것이었다. 영하 15도 안팎까지 내려간 지난 6일부터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아파트 배수관이 얼었으니 세탁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년 이맘때쯤 배수관 동파와 관련 경고 방송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 물이 역류한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세탁기 사용량이 더 늘어난 영향인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주말에도 물이 계속 역류하자 엘리베이터에 세탁기 사용 자제 문구를 직접 써 붙였다. 이씨는 “아이들 돌보기도 바쁜데 위층이 보내는 오수까지 다 치워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작은 빨래는 손빨래하고 큰 빨래는 빨래방에 가는 식으로 해결해서 이웃끼리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북극발 최강 한파까지 겹치면서 ‘집콕족’(집에서만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아파트 주민들 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배수관 동파로 세탁 후 나온 오수가 역류하는가 하면 복도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몰래 피우는 흡연자들로 인한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아파트 저층에 사는 강모(49)씨 역시 배수관 역류 문제로 고민이 많다. 강씨의 집에는 연로한 부모님과 두 자녀까지 모두 여섯 식구가 모여서 지낸다. 며칠만 세탁기를 돌리지 않아도 빨래통에 옷감이 넘친다. 강씨는 “동파에 대비해 수도에서 세탁기로 이어지는 호스에 열선도 설치해뒀지만 위층에서 내려오는 물이 역류하는 것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임시방편으로 올겨울은 농업용 호스까지 세탁기에 연결해 화장실로 세제물이 빠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스로 인해 창문이 닫히질 않아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거실까지 들어오는 찬 공기와 세탁 소음은 가족이 모두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강씨는 “지난 주말부터 세탁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세제와 섬유유연제, 세탁기 헹굼 횟수 모두 절반으로 줄여 빨래를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파트 내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얌체족’도 문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취학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부 홍모(39)씨는 지난 주말 아이들과 아파트 복도에 진입하자마자 헛구역질이 났다. 아파트 복도에 담배 연기와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파트 복도나 베란다에서 창문만 열고 몰래 흡연을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관리실에 수차례 민원을 넣어봤지만 방송만 몇 차례 나올 뿐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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