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여신'

김기윤 기자 입력 2021. 1. 12. 03: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너를 위해서라면 내 인생 모든 걸 줄게."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여자 주인공 '킴'은 1막 후반에서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며 애절하게 노래한다.

1995년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주인공을 꿰차고 이 넘버를 소화한 이소정(48·사진)에게 인생을 관통하는 너는 '노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주연 맡은 27년차 이소정
표독스러운 어머니役 변신
"미스 사이공 공식에 도전"
“너를 위해서라면 내 인생 모든 걸 줄게.”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여자 주인공 ‘킴’은 1막 후반에서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며 애절하게 노래한다. 여기서 너는 극 중 그의 아들. 1995년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주인공을 꿰차고 이 넘버를 소화한 이소정(48·사진)에게 인생을 관통하는 너는 ‘노래’다.

중학교 시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나도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열망 하나로 18세 때 홀로 미국 땅에 건너가 유학하며 고군분투했다. 뮤지컬 주연 배우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 작가, MC, 앨범 제작자, 작사가,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면서도 목이 허락하는 한 노래는 놓지 않았다.

올해로 데뷔 27년 차, 다시 그의 마음속 ‘고향’ 뮤지컬 무대를 떠올렸다. 22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이소정이 주인공 ‘알바’ 역할로 팬들과 만난다. 국내 뮤지컬 무대는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최근 정동극장서 만난 그는 “BTS,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는 시대에 나의 ‘한국인 최초’ 타이틀은 더는 중요치 않다. 비련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표독스럽고 고독한 어머니로 변신해 부르는 노래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 출신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을 각색해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2018년 국내 초연 때 전석 매진 돌풍을 일으키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초연에 참여한 정영주가 프로듀서이자 이소정과 함께 ‘알바’ 역할을 겸한다. 1930년대 스페인의 농가에서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들에게 절제된 삶을 강요하는 어머니 ‘알바’와 딸들의 갈등을 그렸다.

이소정은 그의 배역을 “뭣들 하고 있어” “조용히 못 해?”라는 대사로 대신 설명했다. 그가 뱉는 대사 중 절반 이상이 딸들을 다그치는 말이다. 이소정은 “알바는 딸들과 한 공간에 있어도 고립된 왕따나 마찬가지”라며 “그는 남편으로부터 여성의 역할을 강요당한 피해자인 동시에 이를 딸들에게도 강요하는 가해자”라고 했다. 극 후반부 그는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나는 너의 창녀”라며 분노를 토해낸다.

여성 배우들로 가득 찬 무대에서 정열적 플라멩코로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도 극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극 중 춤은 억압에 저항하는 몸부림이다. 이소정은 “춤이 제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니 노래와 고함이 더 어렵다”며 “동료, 제작진이 ‘더 세게 소리쳐 보라’고 하는 게 연습실 일상”이라며 웃었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 ‘이소정=미스 사이공’이라는 공식을 깰 도전이기도 하다. “제 노래 인생을 비유하자면 마치 첫 직장으로 일류 대기업에 취업한 뒤 뛰쳐나와 개인 스타트업을 차린 것과 비슷해요. 그간 제 앨범과 노래가 두드러진 결과를 내진 않았어도 알바를 포함한 모든 역할이 ‘이소정’을 만들었다 생각해요.”

22일부터 3월 14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전석 7만 원, 14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