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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데자뷔? 안철수와 김종인의 치열한 샅바싸움

이혜영 기자 입력 2021. 01. 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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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총선 앞두고 '야권 통합' 동상이몽과 판박이
김종인, 안철수 '그 양반'이라고 칭하며 "솔직해져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017년 11월2일 당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행사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단일화 방안을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본격 기싸움을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날선 반응을 쏟아내며 공세를 한층 강화하는 양상이다. 양측의 '동상이몽'으로 단일화가 공전을 거듭하면 보궐선거에서 여권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년 전에도 '야권 단일화'를 두고 파열음을 내며 서로에게 큰 정치적 내상을 안겼던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이번에는 제대로 손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서로의 정치적 입지에 또 한번 상처를 입히게 될 지 주사위가 던져졌다. 

김종인, 안철수 '셀프 단일후보론' 평가절하

김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일화를 하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나(안철수)로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며 안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야당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점을 지적하며 "누가 단일후보로 만들어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얘기한 것"이라면서 "그 양반은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도대체가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국민의당과의 '당대당' 통합론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당에서 후보를 내는 데 집중해야지, 왜 안 대표를 염두에 두느냐. 안 대표를 아예 언급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자기 후보를 내기도 전에 밖에서 찾는 게 기회주의가 아니냐. 이러다 지난 4·15 총선 때처럼 콩가루 정당이 된다"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당 통합은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다.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연일 '당대당' 통합 가능성에 확실한 선 긋기를 하면서 안 대표의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만일 안 대표가 끝까지 입당을 거부하고, 이후 단일화가 헛바퀴를 돌면 '3자 구도'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승부수도 던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민의당이 각각 후보를 내고 맞붙는 3자 구도 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거듭 내비쳤다. 제1야당이 의석 수 3석에 불과한 정당과의 줄다리기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주자를 통틀어 안 대표가 1위에 올라서는 데 대한 견제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로선 국민의힘 후보들과 경쟁구도인 안 대표의 존재감만 부각시킬 수 있는 당내 불협화음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내보낸 상태다. 김 위원장의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 굳히기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를 등에 업고 단일화 협상 직전까지 더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대표는 국민의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 타이틀을 쥔 채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시간벌기에 들어갔다. 안 대표는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하며 야권 단일화에 대한 명분을 쌓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9일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찾아 보궐선거 완주 의지를 드러냈고, 11일에는 대구 동화사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만났다. 양측은 '우연한 만남'이었다고 강조했지만 상징성 있는 두 사람의 조우는 여러 해석을 낳았다. 

여기에 서울시장에 조건부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어 단일화를 앞두고 보폭을 더욱 넓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유불리를 떠나 정치적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월11일 오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신년 인사차 각각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한 뒤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묵은 갈등 수면 위로…5년 전 무슨 일이 

김 위원장이 안 대표의 행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단일화와 합당을 둘러싼 두 사람의 골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3월, 4월 총선을 한달 여 앞두고 두 사람은 격한 언쟁을 주고 받으며 정면충돌했다. 당시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국민의당 공동대표로 격돌했다. 5년 전엔 김 대표가 안 대표에게 민주당과 국민의당 통합을 제안했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깨고,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통합 논의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안 대표는 '통합론'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며 반발했고, 양측은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벌였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의 제안이 자신의 정치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고 "(통합 제안을 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해 "새 집을 짓겠다고 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다시 또 집을 짓겠다고 나갔다"면서 당 깨기와 약속 파기를 반복하는 행위를 맹비난했다. 

안 대표도 이에 밀리지 않고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임시 사장",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쏘아붙이면서 결국 야권 통합은 점차 멀어졌다. 총선까지 불협화음을 내다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던 양측은 선거에서 총 300석 가운데 민주당이 123석, 국민의당이 38석을 가져갔다.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22석을 차지했다. 야권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가긴 했지만, 야권 내분 속에 '여권 심판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절반의 승리만 거둔 셈이다.  

2016년 총선에서 정면충돌한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이로부터 4년 전인 201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안철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안 대표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서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로 뛰어올랐고, 김 위원장은 멘토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이며 관계가 소원해졌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각각 갈라진 뒤에는 갈등의 골을 점차 키우며 다른 길을 걸어왔다.   

5년 전 선거 직전까지 '야당 대 야당' 혈전을 벌였던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돌고 돌아 2021년에도 비슷한 선택지를 받아들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리더십과 정치력 검증 시험대에 오른 두 사람의 치열한 수싸움은 남은 두달 여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계속될 전망이다. 

2016년 3월1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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