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vs 포퓰리즘..이낙연 코로나 이익공유제

김광현 기자 2021. 1. 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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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초조함의 발로인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 카드를 꺼냈다. 이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을 기여해 한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루자는 취지다. 다만 이 대표는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민주당은 곧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띄우기로 했다.

이 대표는 연초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냈다. 당 안팎의 친문 세력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이후 사면론은 유야무야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의 체면만 구겼다.

이 대표가 ‘국민통합’ 메시지 2탄으로 꺼내든 것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사면론보다 오히려 더 현실성도 없고, 근거도 없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낙연 대표가 코로나 이익 공유제를 꺼낸 이유가 초조함의 발로라는 지적이 있다. 여당 대표이긴 하지만 대권후보로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는 말이다.

이재명 지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포퓰리스트다. “국민을 대리하는 게 정치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곧 포퓰리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포퓰리스트다”고 공언한다. 그런데 올해 신년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가운데 이런 이재명 경기 지사 지지율이 26.2%로 단독 선두였다. 이낙연 대표(18.6%)를 오차 범위 밖으로 따돌린 우세였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5.3%로 이 대표와 접전이었다. 범여권 후보끼리만 조사에서도 이낙연 대표는 22.8%로 이재명 지사의 31.8%에 비해 크게 뒤졌다. 여러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모든 포퓰리즘 정책이 그러하듯 취지는 아름답다. 코로나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어려운 기업을 도와주고 그것도 강제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자는 것이다. 이 발상은 양쪽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범여권인 정의당은 “이익공유제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검토하자는 제안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특별재난연대세 즉 세금으로 강제로 받아내자는 것이다.

○ 현실성 없는 주장

이익공유제는 낯익은 용어다. 2011년 4월 이명박 정부 시절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대기업 이익을 주주-임직원뿐 아니라 협력기업까지도 공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그 내용으로 “(공유의 범위는)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해마다 목표 이익치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협력 중소기업에게 초과이윤의 일부를 나눠 주는 제도였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나와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당정협의를 통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작년 6월 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조정식 의원이 ‘협력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을 발의했다. 협력이익공유를 사전계약에 따라 도입한 뒤 이를 실행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게는 정부가 세금 감면, 정책자금 우대, 동반성장지수 가점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외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수혜기업이라고 해도 어느 기업이 대상인지, 영업이익의 어느 정도가 코로나로 인한 것인지 가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와중에도 이익공유제 대상이 될 구체적인 기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삼성전자, LG전자,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이다.

결국에는 과거 정부가 국방성금이나 수재의연금 걷듯이 코로나 기간 중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들에게서 형식은 자발적 성금으로 사실상 준조세로 돈을 거둬 이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나눠주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결국 대기업 팔 비틀기로?

‘코로나 이익공유제’ 카드로 이낙연 대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나선 통합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기업과 시장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애써 무시하는 정치인, 이재명 지사나 다를 바 없는 포퓰리스트라는 낙인 또한 감수해야할 것이다.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공헌은 좋은 제품·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인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익을 많이 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사회적 기여다. 어떤 계기로 해당 기업이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사회적 공헌을 하라고 여당 대표가 사실상 압력을 넣는 것은 후진국 행태다.

대기업들은 입이 있어도 말은 못하는 처지다. 이미 통과된 기업3법, 처리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법률을 어긴 기업인은 최고 61년까지 징역살이를 시킬 수 있고, 최고경영자 본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2200개가 된다는 조사도 있다. 권력에게 밉보이면 오너를 포함한 경영인들이 수시로 법정에 불려 다니고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수없이 목격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대통령이 협력이익공유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차기 유력한 대선 후보인 여당 대표가 상생과 통합을 이유로 ‘코로나 이익공유제’ 카드를 꺼냈다면 어떤 대기업도 감히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알아서‘ 성금 납부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가 다시 한번 기업과 경제를 오염시키는 좋지 못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달라진 점 한 가지는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의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기를 고대하는 소액 주주등이 엄청나게 늘어나 이들이 이런 정치적 압력에 의한 강제성 모금에 반발하고, 지지율 회복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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