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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의미 있는 선물'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한겨레 입력 2021. 01. 12. 15:46 수정 2021. 01.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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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내 몸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 12월4일 <뉴욕 타임스> 칼럼 '폰허브 속의 아이들'에 소개된 아동 성착취물 피해자의 말이다.

칼럼은 이들이 수많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연간 5천억여원을 번다고 폭로했고, 모회사 마인드기크가 100개가 넘는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 성착취물을 재공유하고 유통하는 한 피해자들은 영구히 디지털 학대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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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최선영의 미디어전망대]

“그들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내 몸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 12월4일 <뉴욕 타임스> 칼럼 ‘폰허브 속의 아이들’에 소개된 아동 성착취물 피해자의 말이다. 트라우마에 갇혀 개들과 차에서 사는 칼럼 속 서리나 플레이츠의 얼굴은 영원한 체념 그 자체였다. 14살에 무심코 공유한 알몸 동영상은 아무리 애써도 인터넷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녀의 삶이 망가질수록 성착취물 공유 누리집 ‘폰허브’는 급성장했다. 칼럼은 이들이 수많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이용해 연간 5천억여원을 번다고 폭로했고, 모회사 마인드기크가 100개가 넘는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 성착취물을 재공유하고 유통하는 한 피해자들은 영구히 디지털 학대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 칼럼은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법 성착취물 수익 창출에 동조해온 마스터카드와 비자가 이 사이트의 결제 지원을 철회했다. 의회도 강간피해자 영상 누리집에 대해 초당적 규제 법안을 발표했고, 폰허브의 본거지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플랫폼 규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폰허브도 다급히 안전과 신뢰를 약속했다. 확인된 업로더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수동 검수 중재팀과 신고팀을 강화하며, 유튜브·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자동화된 추적 감시 기술을 활용해 정기 모니터링을 한다고 했다. 이런 조처와 변화가 악의적 콘텐츠를 근절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필요한 변화일 것이다.

칼럼을 쓴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2001년부터 <뉴욕 타임스>에 인권, 여성의 권리, 건강, 세계 문제 관련 의견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천안문 광장과 다르푸르 학살 취재로 퓰리처상을 두번 받으며 명성을 쌓은 그는 사회 변화 도구로 저널리즘을 적극 이용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2009년부터 연말이면 ‘휴일 선물 가이드’(holiday gift guide)라는 연례 칼럼을 통해 독자에게 특별한 새해 선물을 제안한다. 넥타이나 스카프처럼 서랍 속에 잠들 물건이 아닌, 독자의 삶을 변화시킬 의미 있는 선물을 소개하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 교육 캠페인, 저소득 지역 고등교육 프로그램, 시력을 선물하는 히말라야 백내장 프로젝트와 같은 기부 선물은 물론, 불우 아동의 독서 파트너나 학대로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를 위한 자원봉사 선물 등이 그것이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조직을 정례 칼럼에 소개하는 등 독자들에게 새로운 선물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그는 언론인은 가치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기부 모금 사이트까지 직접 운영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홀리데이 임팩트 상’(Kristof Holiday Impact Prize)을 제정해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크리스토프는 폰허브 후속 칼럼에서 비참한 삶을 살던 서리나가 독자들의 모금으로 새로운 안식처를 얻고 교육비 후원을 받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일회적 미담을 변화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성착취물에 대한 국제 공조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디지털 성착취물로 고통받는 아동·청소년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새해 우리 언론인도 사회와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제안해줬으면 좋겠다. 특종이나 속보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진지하고 따뜻한 소식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선영 ㅣ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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