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잦아진 文대통령 '사과정치'..내용도 태도도 바뀌었다

임성수 입력 2021. 1. 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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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 잦아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대통령이 고심 끝에 사과한 것이고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며 "잘 안된 것에 대해서 진솔하게 속마음에 있는 대로 사과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책·통치행위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어서 최대한 피하는 게 정치적 문법이지만 최근 문 대통령은 비교적 솔직하게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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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새 사과 메시지 4차례
남 잘못 사과에서 내 잘못 사과로
"실제 행동 변화 있어야" 시각도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드린다” (2020년 12월 25일)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 (2021년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사과하는 일이 잦아졌다. 한 달여 동안 “죄송” “사과” 메시지만 4차례 나왔다. 임기 초반 이전 정부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던 것을 넘어서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서도 직접 성찰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과하며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새해 국정 운영 기조를 발표하는 신년사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대통령이 고심 끝에 사과한 것이고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며 “잘 안된 것에 대해서 진솔하게 속마음에 있는 대로 사과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에는 ‘추미애·윤석열 사태’에 3차례 사과했다. 지난달 7일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법무부 징계위의 징계 의결을 재가하면서도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징계가 법원에 막히자 같은 달 25일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여권 강성 지지층이 요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였고, 여당 내에서는 ‘윤석열 탄핵’ 목소리까지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죄송’ ‘송구’ ‘사과’ 표현을 바꿔가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의 사과는 내용 이전에 그 자체로 중대한 메시지다. 사실상 정책·통치행위 실패를 시인하는 것이어서 최대한 피하는 게 정치적 문법이지만 최근 문 대통령은 비교적 솔직하게 사과하고 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던 취임사대로 ‘정치적 상처’를 감수하며 사과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중반엔 주로 이전 정부의 잘못을 ‘대리 사과’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8월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을 각각 청와대로 불러 “정부를 대표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촛불 정부’의 선명성을 드러내고 박근혜정부와 차별화하는 메시지였다.

한참 지난 역사에 대해서도 사과하기도 했다. 2019년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에서 “피해자들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같은 해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서도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해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임기 후반기를 맞아 이어지는 현 정부의 실책 사과는 이전의 사과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다만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사과를 통한 국정 전환 조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사과가 힘이 있으려면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이어야 하고 실제 행동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사과 정치’를 4월 보궐선거용이라고 의심한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지율이 하락하고 선거에 빨간 불이 켜지자 등 떠밀려 한 사과 아닌가”라며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송구하다’는 한마디로 국민들 마음을 달랠 수는 없다”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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