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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억류 장기화되나..이란중앙은행 총재 "동결된 자금, 이자도 달라"

손덕호 기자 입력 2021. 01. 12. 18:07 수정 2021. 01. 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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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중앙은행 총재 "한국은 질질 끌기만 해"
이란 외무장관 "한국 내 동결자산, 큰 걸림돌"
이란 외무차관 "선박 억류, 정치화하지 말라"
하메네이의 외교 고문 "한국, 美 압력에 굴복

이란에 나포된 한국 선박과 한국인 억류자 석방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에게 이란중앙은행은 한국의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70억달러(7조8000억원)에 대해 이자 지급까지 요구했고, 한국에 쌓인 불만도 쏟아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 테이블 가운데)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왼쪽 테이블 가운데)이 10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양국은 이란 혁명 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원과 이란의 한국 내 동결 자금에 관한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란 정부 홈페이지 캡처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11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 차관을 만나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이란 석유수출대금의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결된 자금을 인도적 목적의 의약품 구매 등에 사용하게 해달라는 당초 요구에서 더 나간 것이다.

헴마티 총재는 이란 국영방송에 "한국의 은행은 수년간 우리의 자산을 압류하고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거부했다"며 "그 자산에 대한 이자를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최 차관을 만난 자리는 매우 중요했다"며 "이자 문제도 동결자금 해제와 함께 이 자리의 안건 중 하나였고, 한국의 은행들이 이 자금을 사용했을 것이므로 이란은 이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그 돈은 이란의 자산으로, 이에 접근하게 해달라고 1년 반 전 (한국에) 서한을 보냈지만 한국은 질질 끌기만 했다"라며 "오늘 만난 한국의 최 차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헵마티 총재는 한국이 이란 측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주장도 했다. 석유수출대금이 한국 외 다른 나라에도 있었고, 이들 국가들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이 자금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한국만은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 차관은 지난 10일에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만났다. dpa통신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한국이 이번 사건을 정치화하지 말고 이란 사법부의 사실관계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사법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한국 선박은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아락치 차관은 최 차관 면담에서 한국 선박이 억류된 이유에 대해 기름을 유출해 걸프만(페르시아만)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양국간 긴장이 고조된 배경에 계좌 동결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아락치 차관은 "미국의 제재로 2년 반 동안 우리 계좌가 동결됐고 이 기간에 한국은 스스로 미국의 지시에 흔들렸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에서 독자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최 차관은 11일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하르라지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이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르라지 위원장은 면담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는 양국 관계가 좋았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 제재를 준수하면서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자산이 동결됐으며 의약품을 사기 위한 돈도 인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 차관은 더 일찍 이란을 방문했어야 했다며 양국 관계 개선 필요를 강조했다.

최종건(가운데 왼쪽) 외교부 1차관이 11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가운데 오른쪽)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최 차관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출금이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이란이 나포한 한국 선박 문제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란 외무부 제공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최 차관과 면담에서 "한국 내 동결 자산은 양국 관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선박 문제는 사법 절차를 통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당연히 이란 정부는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란의 강경파와 가까운 정권의 한 내부자는 "한국은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약과 백신 구매가 절박한 때 이란의 자금을 묶어둘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도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 억류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있는데 비해 이란 측은 순수하게 기술적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정해진 사법절차를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차관은 방문 마지막 날인 12일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을 만나 이 문제를 더 논의할 계획이다. 또 혁명수비대 고위직 출신으로 이란 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세이에드 모하메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 등 각계 인사들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계획대로 12일 오후 카타르로 이동해 그곳 당국과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14일 귀국길에 오른다. 먼저 이란으로 갔던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도 최 차관과 함께 이란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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