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월급 받고 세금 낸다?

KBS 2021. 1.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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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월12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옥효진 부산 송수초등학교 선생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
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10112&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시간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녹취] 공무원인 국무총리 역할을 맡고 있어요.
[녹취] 저는 우체부를 했습니다.
[녹취] 월급을 어떻게 관리할지 또 예금과 투자는 각각 얼마씩 할지 고민하게 돼요.
[녹취] 돈이란 게 중요하구나. 사람들이 돈을 왜 좋아하는지 알게 된 거 같아요.
[녹취]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친구들 조언으로만 투자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녹취] 아, 진짜 살기 힘들구나.

[앵커]
네, 이 애 어른 같은 초등학생들 어딘가 범상치 않아 보이죠? 지난 1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온 담임선생님 모시고 다소 별나지만 멋진 학생들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부산 송수초등학교 6학년 1반 옥효진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부산에서 멀리 오셨습니다. 지금쯤 학생들이 TV 앞에 다들 앉아있겠죠?

[답변]
네, 제가 유튜브 커뮤니티에 공지를 해서 아마 지금 TV 앞에서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앵커]
유튜브 채널 운영하신단 얘기는 들었어요. 인터넷에서 화제라고 하던데. 구독자 몇 명 정도 확보하셨어요?

[답변]
처음 시작할 때는 한 100명 정도에서 시작한 거 같은데 지금 오늘 확인해보니까 6만 명 가까이 구독해 주셨더라고요.

[앵커]
올해 10만 명 가는 거 아니에요?

[답변]
좋은 계기가 돼서 10만 명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 계기가 오늘일 수도 있습니다. 자, 이 채널 이름이요, 세금 내는 아이들. 선생님 반 아이들은 소득이 있나요? 어떻게 세금을 낸다는 거예요?

[답변]
저희 반 아이들은 저희 교실 안에서 각자 직업을 다양하게 갖고 있거든요. 그리고 가지고 있는 직업에 따라서 교실에서 정해진 월급을 매달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앵커]
학생들의 직업? 어떤 직업이에요?

[답변]
되게 다양하게 있는데요. 청소부부터 교실, 급식 도우미 그리고 우체부 그리고 조금 전에 영상에 나왔던 국무총리도 있고요. 학급 화폐와 관련된 은행원, 투자회사 직원, 신용평가위원 이렇게 다양하게 있습니다.

[앵커]
그럼 선생님은 대통령이신 건가요?

[답변]
네. 제 위치는 대통령 위치에 있죠.

[앵커]
학생들한테 월급 명세서도 준다고 들었어요. 얼마쯤 월급을 받을까? 한번 보니까요, 직업이 다양한데. 급식 도우미? 제일 많이 받네요, 월급을?

[답변]
아무래도 매일 활동을 하고요. 활동 시간도 길고 하는 활동이 업무도 강하다 보니까 제일 월급을 많이 주는 직업으로 설정을 해 줬습니다.

[앵커]
이런 월급은 뭐로 줘요? 화폐가 있어요?

[답변]
진짜 돈으로 주면 좋겠지만 사실 진짜 돈으로 주긴 어렵고요. 저희 교실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학급 화폐인 미소를 활용해서 월급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미소? 스마일?

[답변]
그 뜻도 있고요.

[앵커]
그러니까 지폐로 돼 있는 건 아니고 일종의 가상화폐네요?

[답변]
네. 통장에서 아이들은 관리를 하고 있어서 일종의 가상화폐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앵커]
그렇게 돈을 벌면 학생들은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나요?

[답변]
다양한 곳에 쓸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먹고 싶은 과자를 사 먹는 데도 쓸 수 있고요. 그리고 자기가 가끔 일기를 쓰기 싫을 때 일기 면제권을 산다든지 아니면 급식이 빨리 먹고 싶을 때 급식 빨리 먹기 쿠폰도 살 수 있고요. 그리고 자리 구매를 위해서 돈을 좀 모으는 저축을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투자 활동에도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조금 전에 과자를 사 먹는다고 하셨는데 가상의 화폐로 어디 가서 과자를 산다는 거예요?

[답변]
저희 반 직업 중에 상인도 있거든요. 마트를 운영하는 상인도 있어서 그 친구한테 가서 구매해 먹을 수 있습니다.

[앵커]
선생님이 사비를 털어서 과자를 사놓으시겠군요?

[답변]
네. 제 돈을 보태서 과자를 사두면 이제 교실에서 아이들이 미소로 사 먹게 되죠.

[앵커]
그렇게 소비도 하고 저축도 하고. 또 하나 투자를 한다고 하셨는데 주식 투자한다는 거예요? 투자를 어떻게 하는 거예요?

[답변]
저축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많이 배워왔거든요. 그런데 투자에 대해서도 조금 알려주고 싶은데 가져와서 실제로 교실에 주식투자 그래프를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너무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게 투자의 특징인 오르내리기도 하고 수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그다음에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제 몸무게가 1년 동안 이렇게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더라고요.

[앵커]
선생님 몸무게에 투자한다?

[답변]
네, 그렇죠. 그래서 제 몸무게가 올라가면 아이들은 수익을 보는 거고요. 제 몸무게가 살이 빠지면 손해를 보는 거죠. 그래서 저희 교실에서는 저기 적혀있는데 0.1kg이 1%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앵커]
1% 수익률? 본의 아니게 선생님 몸무게가 공개가 됐네요. 아이들 수익 좀 불려주려면 다이어트는 못 하시겠어요?

[답변]
네. 그래서 올해 운동을 해서 몸무게를 불리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제가 몸무게 붓는 동안에 활동을 못 해서 제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서 아쉽긴 합니다.

[앵커]
그럼 아이들은 투자 시점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이 살이 찔지 빠질지 그걸 아이들이 어떻게 알고 투자하죠?

[답변]
매일매일 제가 정보를 제공해 주거든요. 투자를 할 때 정보에 기반해서 투자를 해야 되니까 저도 매일 제가 오늘 저녁에, 선생님 오늘 저녁에 삼겹살 먹으러 갈 거야. 아니면 이번 주말에는 운동을 열심히 할 거야. 등산을 할 거야 이런 정보들을 주고. 아이들이 제가 점심, 급식 먹는 양도 체크를 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정보들을 나름 해석해서 투자에 참여할지 안 할지 결정을 하더라고요.

[앵커]
투자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정보를 미리 넌지시 흘려주시는군요?

[답변]
네. 그렇죠.

[앵커]
잠깐 영상 볼게요.

[녹취] 주말 동안 선생님이 야구 경기가 2개 잡혀 있어요. 그런데 일기예보를 보니까 비 올 확률이 60%래요.
[녹취] 그냥 사.
[녹취] 끝나고 배가 고프면 뭘 먹을 수도 있잖아.
[녹취] 비가 오면 야구 어떻게 돼요?

[앵커]
어떻게 보면 금융 조기 교육을 현장에서 실천을 하고 계신 건데. 글쎄요, 존리 대표의 영향을 받으신 건가요? 계기가 있으셨어요?

[답변]
제가 일단 금융에 대해서 너무 모른 채 어른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금융에 대한 거를 학교에서 미리 가르쳐주고 사회에 내보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이런 활동이 없으니까 내가 우리 반 친구들만이라도 1년 동안 같이 재밌게 활동을 해보자 해서 활동을 구상했고요. 말씀하신 존리 대표님의 금융 문맹이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과도 어떻게 보면 일맥상통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일찍부터 아이들은 돈의 의미라든지 가치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은데 반응은 어떨까. 저희가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잠깐 보겠습니다.

[이진수 / 부산 송수초등학교 6학년]
엄마, 아빠가 월급 받는 날은 기분이 좋은데, 그 느낌을 알 것 같아요.

[조윤슬 / 부산 송수초등학교 6학년]
부모님과 함께 IMF를 소재로 한 영화를 봤는데, 그때 국채 발행에 대해 부모님께 아는 척 좀 했어요.

[앵커]
다들 좋아하는 것 같네요. 그래도 금융이라는 게 사실 어른도 이해하기가 힘든 영역이라 따라오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그런 친구들은 없나요?

[답변]
아무래도 처음 이 활동을 도입하면 예금의 개념이나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요. 그런 친구들이 있는 거를 저도 예상하고 있으니까 추가적으로 지도를 하려고 노력을 하고. 그리고 체험을 통해서 1년 동안 반복하다 보니까 아이들도 쉽게 이해를 해 주는 것 같더라고요.

[앵커]
돈을 잘 관리하는 아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잘 관리 못 해서 탕진하는, 파산하는 학생은 없어요?

[답변]
있죠. 월급 받으면 일단 일기 면제권을 많이 쓰고 그다음에 과자를 왕창 사서 하루 만에 다 먹어서 탕진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런 아이들은 이제 다음 월급날을 손꼽아서 기다리더라고요.

[앵커]
학부모들 반응은 또 어떨까도 궁금해요. 공부 안 하고 너무 돈만 밝히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은 안 하세요?

[답변]
저도 이 활동을 처음 할 때 돈이라는 소재를 다루다 보니까 조금 이런 부작용들? 돈만 밝힌다 이런 생각들을 하시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요. 그래서 활동을 구상할 때 최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들을 활동들을 구상하려고 하고요. 돈이 유일한 가치가 아니라는 도덕적 교육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옆 반 선생님들은 조금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요.

[답변]
네. 저만 튀는 활동을 하다 보니까 옆 반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있긴 한데 그래도 응원 많이 해 주시고요. 그리고 제가 못하는 활동들을 옆 반 선생님들이 재밌게 해 주시니까요.

[앵커]
이런 거 하시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 기억나시는 거 있으세요?

[답변]
저희 반 친구가 하루는 와서 저한테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떤 얘기를 했었냐면 선생님, 저는 경제나 금융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선생님이랑 이 활동 하고 나서 관심이 생겼어요, 라고 얘기하면서 선생님, 경제나 금융 관련된 책도 추천해 주세요, 얘기하더라고요. 그럴 때는 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앵커]
선생님이 대통령이라고 하셨잖아요. 나라 재정 관리 잘 못 해서 아이들한테 혼난 적은 없으세요?

[답변]
저희 반 친구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세금도 내거든요. 거두어진 세금으로 우리 학급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보드마커를 구매하거나 아니면 시계 건전지를 바꾸거나. 아니면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분리수거를 하거나 할 때 세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을 해뒀어요. 그런데 세금을 내기만 하고 관심을 끊어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낸 세금이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라, 라는 걸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앵커]
과자 먹다가 혼난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답변]
네. 그래서 아이들이 집에 가고 나서 세금으로 몰래 과자를 사 먹었어요. 몰래 사 먹었는데 그다음 날 아이들이 바로 알게 되더라고요. 알아내더라고요.

[앵커]
횡령했다고?

[답변]
네. 제가 세금을 횡령했다고. 그래서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이렇게 세금을 쓰면 안 된다고 되게 많이 혼을 내더라고요. 혼 좀 났습니다.

[앵커]
우리 6학년 1반 어린이들 조금 있으면 졸업식이겠네요. 마지막으로 우리 학생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답변]
올해 활동을 다 못해서 아쉽긴 한데 올해 선생님이랑 그래도 진행해 온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경제, 금융에 대해서 조금 관심을 더 가졌으면 좋겠고 중학교 가서도 관심을 가진 것처럼 계속 공부 꾸준히 해 줬으면 좋겠어.

[앵커]
경제 공부? 돌아가시면요, 우리 ET 프로그램 꾸준히 시청하는 것도 경제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 주세요.

[답변]
아, 네.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옥효진 선생님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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