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꼴.. 이래도 가만 있을 건가

뉴스사천 하병주 2021. 1. 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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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사천 신년 기획 1 : 새해에 주목해야 할 이야기] 남강댐 치수능력 증대사업

[뉴스사천 하병주]

 사천만 방면으로 쏟아지고 있는 남강댐 물
ⓒ 뉴스사천
'1초에 1만 2천 톤 방류' 사업계획 올해 중 확정 예정
실행 땐 도시 전체가 물바다 예상... 사천시민들의 선택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강요, '더 두고만 볼 순 없다'

지난해 일어난 여러 사건 가운데 경남 사천시와 사천시민들이 새해에도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남강댐의 사천만 물 방류' 문제이다. 사실, 이는 해묵은 문제이다. 방류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결코 덮고 갈 수 없는 문제다. 사천시와 사천시민들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이 확정되고 시행되는 해로서, 섣불리 대처했다간 사천의 미래세대에 큰 짐을 남길 수 있다. 어쩌면 지역사회 전체가 점점 소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 2002년에 불어닥친 태풍 루사의 엄청난 폭우와 그 밖의 잦은 수해를 경험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전국에 있는 24개의 댐을 대상으로 치수 능력을 키우는 밑그림을 그린 것인데, 기본 구상이 2004년 9월쯤 나왔다. 그 뒤로 전국 23개 댐이 이 구상을 따랐고, 남강댐만 예전 모습 그대로라는 게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설명이다.

이렇듯 남강댐이 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의 맨 마지막 대상이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남강댐 물을 부산시민의 식수로 공급하는 '부산시 광역 상수도사업'이다. 이와 연관돼 지리산댐건설계획,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이 등장한 바 있다. 2018년 9월에 정부가 대규모 댐 건설 사업의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2019년 6월에 부산시가 남강댐 물 포기 선언을 하면서 관련 논란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 마지막에 남은 하나, 바로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이다.
 
 사천만으로 방류 중인 남강댐 제수문 모습.(사진=뉴스사천DB)
ⓒ 뉴스사천
남강댐 안정성 강화 사업. 이는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의 다른 이름이다. 정부는 2018년 2월에 남강댐 안정성 강화 사업의 기본계획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2019년 12월에 마무리했다. 2020년에는 그 후속 작업으로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 과정을 이어왔다.

그리고 올해 1월 중으로 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6월까지 실시설계용역을 끝내며, 해를 넘기지 않고 공사에 들어간다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니 사천시와 사천시민들로선 남강댐에 얽히고설킨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 없는 셈이다.

남강댐이 만들어낸 문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그 첫째는 해마다 되풀이하는 각종 피해다. 이는 남강댐이 국내 댐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를 가졌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홍수가 질 때마다 남강 본류가 아닌 사천만으로 많은 물을 쏟아내면서 사천만은 늘 곤욕을 치렀다.

민물고기가 바다에서 뛰노는 진풍경은 제쳐두고서라도, 바지락과 굴, 낙지와 문어 등 온갖 사천의 특산 어자원은 씨가 마르기 일쑤였다. 흙탕물에 실려 온 쓰레기는 해안, 항구, 죽방렴, 양식장을 가리지 않고 덮쳐 피해를 주었고, 쌓인 흙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지난 8일 8일 남강댐에서 사천만 방면으로 초당 수천톤의 물이 쏟아지면서 축동면과 곤양면 일부 마을이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사남공단 역시 한때 침수 위기를 겪기도 했다.
ⓒ 뉴스사천
둘째는 바닷물 수위 상승에 따른 도시 발전의 가로막힘이다. 단순한 농경지와 주택의 침수를 넘어, 도시의 기본 성장을 막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사천에 바닷가 마을이 많고 도심도 표고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각종 산업시설과 공항도 저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남강댐 방류로 바닷물 수위가 오르면 사천강, 중선포천, 죽천천, 곤양천 등의 수위도 함께 올라가 사천은 심각한 홍수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빤하게 예견되는 마당에 도시가 제대로 성장할 리 없다. 도로도, 다리도, 강둑도 높여야 하고 배수로는 넓혀야 한다. 집 짓고 공장 짓는 터도 아예 더 높고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 그에 따른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몫이다. 그런 도시에 누가 남으려 하겠는가.
 
 서포면 갯벌에 서식하던 바지락 등 패류가 남강댐 방류로 집단 폐사했다.
ⓒ 뉴스사천
셋째, 그럼에도 지역민들이 그에 알맞은 피해 보상을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음이다. 이른바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이를 제대로 헤아려주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 역시 이런 부당함에 맞서지 않는 눈치다.
사천시와 사천시의회도 마찬가지다. 그저 지나온 관성으로 습관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발버둥을 치는 쪽은 늘 직접 피해를 본 일부 지역민들뿐이었다. 소송도 불사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그 속에 남은 자화상 하나! 사천시는 남강댐 인공 방류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이면서도, 다른 피해 지역 주민들은 다 면제받는 물이용부담금을 지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남강댐 사천만 방류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부유물이 사천만을 덮쳤다.
ⓒ 뉴스사천
 
 지난 8월 남강댐 홍수방류로 온갖 쓰레기가 사천만으로 떠내려왔다.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죽방렴 모습.(사진=뉴스사천 DB)
ⓒ 뉴스사천
순진함? 어리석음? 용기 없음? 오늘의 현실이 어디에서 왔든, 올해는 더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 또는 '안정성 강화' 사업 때문이다. 이름이야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남강댐의 순간 방류량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특히 사천만으로는 1초에 최대 1만 2037톤을 흘려보내겠다는 것으로, 이 계획이 실현되면 사천시와 지역민들로선 그야말로 '물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꼴'이 된다. 참고로 현재 사천만 최대 방류량은 6000톤(㎥/s)이다. 그리고 지금껏 가장 많은 물을 흘려보냈던 순간은 5430톤(㎥/s)이었다. 초 당 1만 톤이 넘는 물이 남강댐에서 쏟아질 때는 사천읍 도심 대부분이 물에 잠길 전망이다.

이래도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사천의 미래를 찾는 싸움을 시작할 것인가. 사천시민들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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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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