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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대재해에 중형을 선고하라는 대법원 양형위 권고의 의미

입력 2021. 01.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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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2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에 대한 형량 범위를 대폭 상향시켰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사고를 반복한 사업주에게는 최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안을 강화했다. 김용균법(개정 산안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산업안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대법원 양형위의 결정은 지극히 온당하다.

양형위의 이날 결정 중 눈에 띄는 점은 범죄 양형기준의 설정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치사를 양형기준 설정에 포함했다. 도급인도 산재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를 특별가중 인자로 반영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고 후 안전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작업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곤 했다. 사고 재발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양형위가 산안법 위반의 최대 형량으로 상향한 징역 10년6개월은 다수범일 경우와, 5년 내 재범일 경우다. 재발 사건은 특별가중 처벌을 받게 한 것이다. 반면 양형위는 ‘상당 금액 공탁’은 양형 감경 인자에서 삭제했다. 산재 사망사고 후 수습보다 예방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회는 지난 8일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산안법으로도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지 못한다는 여론의 비판에 따른 결과이다. 그러나 법 통과가 무색하게 산재 사망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10일 여수산단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11일 광주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도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오른팔이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두 사고 모두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행을 3년 유예했는데 두 사망자 모두 이런 회사에서 일했던 것이다.

중대재해법이 누더기법으로 전락하면서 억울한 산재 사망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의미는 퇴색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법안 통과 후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온전한 중대재해법이 되지 않는 한 그 눈물은 거두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권은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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