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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무죄' 판단에..법조계 "쥐 실험결과로 인체피해 단정은 무리"

이미호 기자 입력 2021. 01. 12. 21:28 수정 2021. 01. 1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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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독성 실험 등 각종 실험결과를 근거로 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염증 소견만 있었을 뿐 폐 섬유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대표와 안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데는 수차례의 실험 결과가 인체 유해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앞서 검찰은 CMIT/MIT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결과 보고서 등을 제출했고, 법정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의사와 과학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심도있게 이뤄졌다.

우선 질병관리본부는 실험결과를 통해 PHMG는 명백히 위해하다고 했다. 그러나 CMIT/MIT 성분은 폐질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뒷받침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도 권장사용량의 833배에 달하는 예비시험을 했지만 폐 및 비강에서 조직학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주목할 점은 급성 폐염증 유발모델 및 폐섬유증 유발모델에서의 질환악화영향 평가에서 "랫드(rat) 24마리에 대해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물질을 투여해 급성 폐염증을 유도한 뒤 CMIT/MIT를 권장 사용량의 277배 노출했더니 폐섬유화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노출조건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폐섬유화를 유발한다는 결론까지 내리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진행된 CMIT/MIT에 대한 흡입독성시험에서도 폐 내 염증 및 섬유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상부호흡기 부위에 해당하는 비강, 후두, 기관 등에서 염증 관련 일부 변화가 관찰됐다"면서 "폐에 대한 영향은 미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환경부가 2019년 1월 검찰에 제공한 보고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을 위한 독성시험’에 따르면 미량의 CMIT/MIT가 섞인 증기에 노출된 동물(쥐 등)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CMIT/MIT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SK케미칼, 이를 유통한 애경산업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일부 피의자를 구속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역학조사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수행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질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역학조사 환자군 중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하는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천식 관련 연구도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고 연관성 정도를 확인하는데 그쳤다고 판단했다. 연구책임자인 A씨도 법정에 출석해 "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을 유발 또는 기존 천식을 악화시킬 거라고 단정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점도 들었다.

환경부 종합보고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 결과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추정 내지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일종의 '의견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될 것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 이 같은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쥐에 대한 실험 결과을 놓고 인체 피해 정도를 판단하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쥐와 사람은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쥐에 반드시 폐 섬유화가 일어나야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인과관계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판단했다는 비판이다. 실제 검찰도 이날 1심 판결 직후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 차이점을 간과했다"고 했다.

화학물질 피해 관련 소송을 대리한 경험이 있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쥐 실험에 연연해서는 안 되는데 재판부 판단이 매우 아쉽다"면서 "염증이든 뭐든 인체에 나타난 피해가 가장 중요한 증거 아니냐. 막말로 인체 실험을 하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를 어떻게 단정하냐"고 꼬집었다.

향후 항소심 재판에서도 실험 결과를 놓고 인과관계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실험 결과와 연구진 증언 등을 놓고 재판부가 침소봉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3년전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사건에서는 PHMG의 동물 흡입 독성 실험 결과 ‘폐 섬유화’가 발견됐지만, 이번 CMIT/MIT 관련 실험 결과에서는 염증 유발만 나타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재판부는 "PHMG와 CMIT/MIT는 화학제품으로서의 구조와 살균제로서 살생기전이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 기준은 근본적으로 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으로 물질적 성질이 상당히 다른 이 사건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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