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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사태때 전화도 안받고 TV만 봐".. 트럼프의 6시간 재구성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21. 01. 12. 21:59 수정 2021. 01. 1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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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12일 “시위대원들이 미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에, 친(親)트럼프 상·하원의원들과 전(前) 백악관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려고 계속 시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 밖 참모들 집무공간)에서 TV로 생중계되는 난입 현장의 생생한 이미지를 보느라 ‘폭력 중단’ 성명을 내달라는 그들의 전화를 받거나 행동을 취하려 하지 않았다”고 12일 보도했다.

◇”트럼프, 난입 상황 TV 생중계로 보느라 바빴다”

트럼프 지지 시위대원들이 미 의회의사당에 진입한 것은 6일 오후2시가 못 돼서였다. 의사당의 안전이 다시 확보된 것은 오후8시.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강력한 지원세력이자 골프 친구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 트럼프의 최측근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켈리앤 콘웨이,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 공화당 간부, 트럼프의 측근들 15명을 인터뷰해 이 6시간 트럼프 행적을 재구성했다.

한 백악관 참모는 이 신문에 “그날 트럼프와 닿기가 왜 어려웠는지 아느냐? 생중계 TV 때문이었다. 이게 티보(TiVo)였으면, 잠깐 멈추고 전화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생중계 TV여서 트럼프는 그냥 계속 전개되는 상황을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대통령은 이 사람들[폭도들]을 자신의 여정 동반자이자, ‘선거가 도둑 맞았다’는 생각에 동조하는 이들로 여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낮 워싱턴 DC에 운집한 '미국을 구하자 행진'에 참석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6일 낮 백악관의 남쪽에 있는 일립스(Ellipse) 공원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운집한 ‘미국을 구하자 행진(Save America March)’이 열렸다. 정오에 트럼프가 연설하기 전에, 그의 두 아들 에릭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뭔가 보여주자” “오늘 의사당으로 행진하자” “피 끓는 애국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위해 싸우자”고 분위기를 달궜다. 무대 스피커에선 로라 브래니건의 히트 송 ‘글로리아(Gloria)’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나라를 되찾으려면 공화당원들에게 필요한 자부심과 대담함(pride and boldness)을 보여주자”며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를 따라 행진하자”고 했다. 펜실베이니아 애버뉴는 백악관과 의사당을 잇는 대로다.

'미국을 구하자 행진'에서 돌아와, 트럼프가 보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비난 트윗

트럼프는 행진하지 않았고, 오후2시24분쯤 백악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대선 결과와 선거인단을 거부하라는 자신의 지시를 거부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는 트윗을 보냈다. “펜스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것을 할 용기가 없다.”

◇친(親)트럼프 공화당 의원들 “우리는 트럼프 충성파, 목숨 잃을까 두렵다” 호소

한편 의사당 난입이 알려진 2시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뉴욕으로 가는 셔틀 여객기를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참모의 조언을 받아, 2시17분 “이건(난입) 틀렸고, 우리가 아니다. 평화롭게 행동하라. 상대방처럼 행동하지 말라. 우리는 나라를 구해야 하고, 난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트윗했다.

그러나 그 시각, 한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은 난입 광경을 흥미 있게 시청하느라 바빴고, 지지자들이 자신을 대신해서 싸워주는 것을 보며 들떴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의 상황 인식은 트럼프와 달랐다. 콘웨이 전 선임고문은 즉시 그 시간 트럼프와 함께 있는 측근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폭도들에게 의사당에서 물러나라고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력 사태가 분명해지자, 딸 이방카 트럼프도 아버지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방카에게 전화해 당장 대통령이 ‘폭력 중단’을 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주변에 있던 참모들은 모두 트럼프가 ‘의사당 철수’를 얘기하기를 원했다. 몇몇 공화당 의원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전화해 “나도 트럼프에게 충성하고 선거인단 결과에 기꺼이 반대표를 던지겠지만, 지금은 목숨을 잃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폭도들은 의사당 내에서 “펜스(부통령)를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트럼프는 이날 펜스 부통령에게 한번도 안전을 묻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펜스의 비서실장 마크 숏이 백악관에 전화해 “펜스 일행은 안전하다”고 알렸다.

대통령 집무실과 웨스트윙에선 이방카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케일리 맥커내니 대변인이 대통령에게 폭력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라고 간청했다. 백악관 직원 한 명은 메도스 비서실장에게 “그들은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6일 오후 의사당 난입 폭력 사태 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트윗.

오후 2시30분 대통령의 첫 트윗이 나왔다. “의회 경찰과 법 집행관들을 지지해 달라. 그들은 진정으로 우리나라 편이다. 평화롭게 있어라(Stay peaceful).” 그러나 트럼프는 ‘평화롭게 있어라’ 부분은 마지못해 추가했다고 한다. 첫 트윗의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채 한 시간이 안 돼, 참모들은 더 강력한 트윗을 보내도록 했다. “의사당에 있는 모두가 평화를 유지하길 요청한다. 폭력은 안 된다!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정당이다. 법과 푸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을 존중하라.”

◇트럼프, ‘치유와 화합’ 언급한 것 “약해 보인다” 후회

난입 시위대를 진정시키려는 트럼프의 영상은 오후 4시쯤 나왔다. 백악관 참모들은 3개의 준비한 영상 중에서 가장 무난한 것을 골랐는데, 트럼프는 이 영상에서 “부정 선거였지만, 우리는 그들의 손에 놀아날 수 없다. 집으로 돌아가라”면서도 “당신들은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폭도들을 “매우 특별하다”고 한 표현에 깜짝 놀랐다.

"신성한 압도적 승리가 사악하게 강탈당했을 때 일어난 일"이라며 의사당 난입 시위대들에게 "오늘을 영원히 잊지 말자"는 트럼프의 트윗

오후6시1분, 트럼프는 또 하나의 트윗을 날렸다. “오늘 일은 신성한 압도적 승리를 위대한 애국자들이 그토록 무도하고 사악하게 빼앗겼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며 “사랑과 평화 속에 귀가하시오. 이날을 영원히 잊지 마시오”라고 썼다. 트위터 측은 이 트윗을 바로 삭제했다. 6시14분, 의사당 주변에 차단 벽 설치가 끝났고, 8시쯤 의사당은 안전한 것으로 발표됐다.

다음날 트럼프는 새로운 동영상을 발표했다. 선거인단 투표 인증 결과를 존중하고, 부드럽고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이 영상 마지막에서 “지금은 치유와 화합을 요구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동영상을 TV로 보면서 트럼프는 화를 냈다. 한 고위 백악관 참모는 “대통령은 마지막 ‘치유와 화합’ 부분은 하지 말 것을 했다, 내가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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