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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산' 대신 '포용'이 자리한 대통령 신년사

입력 2021. 01.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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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청와대에서 2021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문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아직 코로나와의 기나긴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빛났음을 강조하면서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2021년 신년사에는 '촛불'과 '청산'이 사라지고 '공정'보다는 '포용'이 강조됨으로써 지난해의 신년사에 비해 훨씬 더 화합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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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그제 청와대에서 2021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문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아직 코로나와의 기나긴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이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빛났음을 강조하면서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올해의 신년사를 작년 것과 비교해 볼 때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촛불'이라는 단어와 '청산'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도 포용과 국민 통합을 강조하였지만, '3년 전 촛불을 들어 민주공화국을 지켜냈던 숭고한 정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청산'을 언급함으로써 여전히 '촛불혁명' '적폐 청산'에 정권의 소명이 있음을 시사하였다. 2020년 신년사에서 언급되었던 포용과 국민 통합은 권력의 절제와 양보를 통한 포용과 통합이라기보다는 개혁과 청산의 결과로서 얻어지는 포용과 통합으로 받아들여졌기에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1년 신년사에는 '촛불'과 '청산'이 사라지고 '공정'보다는 '포용'이 강조됨으로써 지난해의 신년사에 비해 훨씬 더 화합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교수신문이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0년 한 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고 한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의미의 신조어로서 '내로남불'의 자세로 일 년 내내 정치·사회 전반에 사사건건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던 현실을 꼬집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근원적인 교만이 있기에 '내가 옳다'라는 자기 확신에 빠지기 쉽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자기 확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조건 상대의 잘못만을 들추어내려는 '시시비비'의 질병은 가정이나 직장 등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어디든 전염병처럼 퍼지는데 이는 여지없이 공동체를 파괴한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 파괴적인 시시비비가 제일 심한 곳이 정치권이고 여기에는 진보건 보수건, 여든 야든 예외가 없다. 우리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을 수는 없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는 목적이 진리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내가 이기려는 것이 될 때 성장이 아니라 파괴가 일어날 뿐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동체 구성원들의 몫이 된다.

이러한 자기 파괴적 시시비비의 악순환을 끊을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지만 아무래도 주된 책임은 권력을 쥐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에 있을 것이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밝게 비춘다는 점에서 희생을, 어둠 속에서 자신을 비추는 작은 빛을 통해 세상을 밝힌다는 측면에서 진실과 성찰을 의미한다. 그리고 반칙과 특권은 권력과 돈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있기에 적폐 청산의 개혁 역시 예외 없이 그리고 중단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개혁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의 개혁에서부터 출발하며 적폐 청산도 내 안에 있는 적폐를 먼저 직면하고 칼을 들이댈 때 비로소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3분의 1도 안 남았지만 이제부터야말로 진정한 개혁과 포용, 이를 통한 회복과 도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일 수 있다. 문대통령의 2021년 신년사처럼 올 한해가 진정한 '회복'과 '포용'과 '도약'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주영 변호사ㆍ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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