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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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중대재해처벌법서 학교 제외해야

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 입력 2021. 01.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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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재해 발생 시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학교장도 처벌 대상으로 포함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는 이미 교육시설안전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수 법령에 의해 학교장의 책무와 처벌이 명시화되어 있다. 그런데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 학교를 포함한 것은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법이 시행되면 학교에서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학교장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국·공립학교 교장은 교육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교실·운동장 보수 등의 예산권을 갖지 못한 학교장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중대 재해의 책임은 학교 업무를 지시·관리·감독하는 교육감에게 묻는 것이 합당하다.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장은 재단의 지시에 따라 각종 사업을 시행하기 때문에 그에게 모든 사고 책임을 묻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반한다.

사망 사고 같은 큰 사고는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리자라는 형식적 판단으로 학교장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 법치 원리인 자기 책임의 원칙에 위반된다. 학교장의 관리·감독권 범위를 벗어났거나 명시적인 권한 행사가 없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는 경우 학교장은 학교 운영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예상되면 각종 사업을 포기하려 할 것이다. 이로 인한 교육 역량 약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학교장들이 안심하고 학교 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학교를 제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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