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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홈트' 윗집에 '재택' 아랫집 죽을맛.. "집 내놨다"

강은지 기자 입력 2021. 01. 13. 03:07 수정 2021. 01.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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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에.. 작년 층간소음 민원 2배로 늘어
1년간 4만2000건 역대 최다
“갑갑해서 홈코노(집에 있는 코인노래방) 열었을 뿐인데….”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임모 씨(44·여)는 지난해 추석 연휴 거실에 간이 노래방을 만들었다. TV 화면에 노래방에서 볼 법한 영상을 띄워 놓고 블루투스 마이크로 가족과 노래를 불렀다. 제법 노래방에 온 기분이었다. 오랜 ‘집콕’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임 씨 가족의 ‘홈코노’는 며칠 뒤 문을 닫았다. 아랫집에서 “수험생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항의한 탓이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2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상담)은 총 4만2250건에 달했다. 전년도까지 연평균 민원(2만508건)의 두 배가 넘는다. 민원 급증의 원인은 ‘코로나19 소음’이다. 관련 민원이 증가한 때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때가 겹친다. 지난해 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유행, 5월 서울 이태원발 확산 당시에 한 달에 3000건을 넘었다. 2차 유행이 시작된 9월 4000건에 육박했고, 3차 유행이 본격화된 12월에는 6145건까지 치솟았다.

‘홈트’ 윗집에 ‘재택’ 아랫집 죽을맛… “결국 집 내놨다”

작년 층간소음 민원 2배

국내 층간소음 신고는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보통 완만한 ‘U자’ 곡선을 그린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연말연시에 민원이 늘고 외부 활동이 많은 2∼9월에는 줄어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신고가 늘었다. 집에 있는 사람이 증가한 데다 ‘홈트’(집에서 하는 운동), ‘홈오피스’(재택근무 공간) 열풍에 층간소음이 많이 발생했다. 1년 내내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하면서 소음 신고도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일부 가정에 모이는 ‘공동육아’ 현상도 역대 최다 층간소음 신고의 원인 중 하나다. 지역 인터넷 카페에는 “윗집에 일주일에 사흘씩 애들이 몰려와 지내는데 천장이 무너질 것 같다”는 등의 불만 글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소음’을 피해 이사 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부동산중개업소조차 “요즘 층간소음은 어쩔 수 없다”고 조언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 씨(37)는 지난해 10월 윗집 주인의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견디다 못해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조용한 집을 추천해 달라”고 문의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집에 있는 사람이 늘면서 층간소음이 불가피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기 화성시의 조모 씨(34)는 지난해 12월 2년 동안 살던 신혼집을 팔고 5분 거리의 다른 아파트 꼭대기 층으로 이사했다. 3개월 전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밤에 들리지 않았던 윗집 층간소음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조 씨는 “윗집에 편지도 쓰고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층간소음 보복’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천장에 설치해 윗집에 진동과 소음을 전달하는 ‘층간소음 전용 스피커’는 후기 글과 영상이 널리 퍼졌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17만 원 상당의 이 스피커는 지난해 1000대 가까이 팔렸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층간소음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층간소음이 심하면 우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해야 한다. 전담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국토교통부 산하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층간소음 갈등을 방치하면 보복소음이나 물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며 “아랫집은 특별히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윗집에 요청하고, 윗집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노력을 아랫집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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