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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업계 "양보는 없다".. 생존 놓고 후판 값 '대전'

권가림 기자 입력 2021. 01. 1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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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더는 못 참아" vs 조선 "보릿고개 여전"
포스코가 제작한 후판. /사진=포스코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용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을 두고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철강업계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후판 값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더 이상의 고통분담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조선사들의 읍소에 번번이 가격 인상을 미뤄왔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연말 몰아치기 수주가 바로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과 선가 하락 등 여전히 만만치 않은 시장 상황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67.86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 전월 동기 대비 7.7% 오른 가격이다. 2013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0년 12월 21일 176달러보다는 낮지만 안정권인 60~70달러보다는 2배 이상 높다. 

당분간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급 불균형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481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 철광석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요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와 브라질에서 생산량은 줄어들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부터 1분기까지는 호주와 브라질의 사이클론 등 날씨 이슈로 철광석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에 한동안 철광석 가격의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급등 시름


2020년 철광석 가격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철강업계는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을 벼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해야 부담이 적어진다. 후판은 적게는 5000장에서 많게는 1만장까지 서로 이어 붙으며 선박 건조에 쓰이며 가격은 철강사와 조선사가 6개월마다 회사별로 협상한다. 2016년 이후 톤당 60만원대에 머물러 있어 2008년 최고점을 찍었던 110만원대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조선업계의 부진한 업황을 고려해 후판 가격을 동결 혹은 인하를 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철강업계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고 생산량을 감축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오히려 후판 값은 내렸다. 조선업계의 극심한 수주 가뭄을 반영해준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현대중공업그룹 12% ▲대우조선해양 19.8% ▲삼성중공업 6%에 그쳤다. 이에 현대제철은 3만원을 인하하고 하반기에 동결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포스코는 3만원 미만 범위에서 후판 가격을 인하했다. 

올해는 다르다. 철광석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조선 수주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에만 전체 수주액의 55%인 55억달러어치 물량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45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은 39억달러를 거뒀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액의 82%, 71%다. 

철강업계는 유통업계 출하 가격부터 인상했다. 통상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열연강판 등 가격이 오르면 선박용 후판 가격도 따라서 올린다. 포스코는 올해 1월 열연의 유통가격을 톤당 8만원 올렸다. 지난해 12월 초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한 현대제철도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철강사와 조선사는 올해 상반기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번 가격을 올리면 다음번에는 내리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올라 조선업계 입장을 반영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원료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부담 만회와 글로벌 철강 시황의 호조세 등을 반영하려면 톤당 10만원이 올라도 부족하지만 현실적으로는 3만~5만원 인상에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사 “2년 후에나 돈 받아” 사색


2020년 조선3사 수주. /그래픽=김은옥 기자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이 수익과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조선사는 몰아치기 수주에 성공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선박 비용을 낮춘 결과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 가격지수는 지난해 초 130포인트에서 연말 126포인트로 3.2포인트 하락했다. 신조선 가격지수는 1988년 1월의 선박 건조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한 것으로 3.2포인트 하락은 선박 한 척당 가격이 3%가량 내려갔다는 의미다. 환율 하락까지 감안한 원가 선가는 8.2%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달러 신조선가는 2019년 말 92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하락했고 원화 선가는 척당 132억원 감소했다. 

조선업계는 하반기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연초에 바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선업체가 후판을 선박 건조에 사용하는 시점은 보통 수주 1년 후부터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비용이 늘어나 영업이익은 감소할 전망이다. VLCC 1척당 후판은 약 3만5000톤, LNG선은 2만5000톤이 소요된다. 국내 조선사는 보통 한국·중국·일본산 후판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가령 한 조선사는 한국산 후판을 30% 사용한다. 톤당 3만원이 오른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VLCC를 제작하는 데는 3억1500만원이, LNG선은 2억2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각각 10척씩만 수주해도 비용은 총 54억원으로 늘어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신규 수주에서 배를 선사에 인도하기까지 2년은 걸린다”며 “한두 달 새 수주가 몰렸다고 바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감이 넘쳐나는 게 아니고 워낙 부진했던 상황에서 조금 나아진 수준”이라며 “올 상반기 후판 값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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