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 출금' 그때처럼, 지금도 수사 뭉개는 안양지청
공익 법무관 두 명 "호기심 조회" 무혐의 후 종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2019년 3월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미 같은 해 한차례 수사해 출입국본부 소속 실무진만 조사한 채 윗선 수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지난달 초 다시 국민의힘의 수사의뢰 사건과 함께 증빙자료를 넘겨받았지만 본격적인 수사 착수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의혹과 관련이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일했던 검찰 인사를 안양지청장으로 인사 발령낸 게 수사 무마를 위한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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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본부 직원 "본부장 의견대로 긴급 출국금지 승인"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양지청은 2019년 4월부터 법무부의 의뢰를 받아 법무부 내부 시스템을 통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 공익법무관 2명을 수사한 뒤 같은 해 7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법무관들은 검찰 조사에서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조회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들 법무관 2명뿐만 아니라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실무진을 소환 조사해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6쪽 분량의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출입국심사과 직원 A씨는 2019년 5월 진술에서 '긴급 출국금지 등 요청서를 확인했을 당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봤냐'는 질의에 "사건번호는 중앙지검이 기재돼 있는데 요청기관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으로 돼 있고, 요청한 검사는 동부지검 소속으로 보여서 전체적으로 이상하고 통상적으로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며 "관인도 없이 검사의 사인만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당시 계장과 과장,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이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는지 논의했다"며 "하지만 최종적으로 본부장의 의견대로 승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서에는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이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서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조회하고 출국 금지조치를 내리는 대화 내용이 생생히 담겨 있다. A씨는 "과장님은 긴급 (출금은) 미승인하고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거는 쪽 얘기하시고 본부장님은 피의자인지 아닌지는 수사기관이 판단해서 요청하니까 긴급 요건에 맞다고 볼 수 있다 하시고"라며 "본부장님 의견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학의 전 차관 긴급 출금을 요청한 이모 검사는 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출금을 요청할 권한도 없었다. 그래서 '2019년 서울동부지검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등 사후적으로 김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만들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찰청 '윗선'을 거쳐 서울동부지검에 사건을 만들도록 요청하던 상황이었다. 이 같은 요청을 서울동부지검 측이 "위법"이라고 거부했기 때문에 결국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사건을 근거로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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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학의 정보 유출 의혹 수사…"과장급 이상 윗선 조사 안 해"
이 같은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도 당시 수사팀은 과장급 이상의 윗선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윗선의 지시와 판단에 따라 김학의 전 차관 출입국 및 출금 전산기록을 조회하고 이를 정보보고한 실무자들이 불법 사찰을 했다고 볼 수는 없고, 검찰 수사에서도 이들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잘못된 공문서가 왔지만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지시한 윗선에 대해선 불법 여부를 따져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초에 많은 의혹 제기가 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일반적인 출국금지조차 하지 않았던 검찰의 조치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2019년 당시 안양지청장은 중앙일보의 해명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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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수사팀도 수사 미적… "이성윤과 함께 근무한 검사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3일 "법무부는 김 전 차관을 불법 사찰하고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위법하게 그를 출국금지했다"며 검찰에 이 사건을 수사의뢰하고 같은 달 7일 공익신고서를 포함해 제보 받은 증빙자료를 모두 넘겼다. 검찰은 이어 법무부 과천청사를 관할하는 안양지청에 이 사건을 배당했지만 여전히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안양지청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뭉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이근수 안양지청장(50·사법연수원 28기)은 지난해 8월 안양지청 부임 전 중앙지검 2차장으로 이 지검장을 보좌했다. 박진원(50·30기) 안양지청 차장도 2019년 8월에서 지난해 2월까지 중앙지검 조사1부장으로 이 지검장과 함께 일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한 당일 오전 동부지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해 "(내사 번호 생성을) 동부지검이 추인한 거로 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승진 대상인 이 지청장과 박 차장이 안양지청으로 발령 난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라며 "안양지청이 수사를 계속 뭉개면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양지청 관계자는 관련 수사가 부진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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