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신규 간호사 45% 퇴사..파견직은 현장 적응 끝날 때쯤 계약 종료"

이창준·조형국 기자 2021. 1.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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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의료진 '번아웃'

[경향신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2일 열린 ‘코로나19 전담병원 보건의료노동자 이탈 실태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방호용구 차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후 1년 가까이 방역 일선을 지켜온 의료진의 호소가 분출하고 있다. 유행이 번질 때마다 출렁이는 확진자 수, 늘어나는 중증 환자, 부족한 의료인력에 따른 과로와 격무가 임계치에 달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실한 환자 분류체계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유행을 거듭하며 늘어난 확진자로 기본 업무량이 많아졌다. 일선 간호사들은 요양병원·정신병원 등의 고령·중증 환자들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해제로 일반 병원으로 옮겨오며 기저질환 투약, 배변 관리, 욕창 간호, 식사 보조 등의 업무도 하고 있다. 환자 중증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업무 강도가 세진 터에 환자 수까지 늘며 격무에 내몰리는 것이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는 A간호사는 “격리병동에서는 보호자를 둘 수 없어 보호구를 입은 담당 간호사가 보호자, 간병인, 간호사의 모든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원 물품, 역학조사 시 누락된 보호자 연락처, 조사되지 않은 기저질환과 투약력을 알아내는 것도 모두 간호사의 일”이라고 했다.

기저질환 고령·중증환자 늘며
간병인·보호자 역할까지 격무
보건의료노조, 청와대 앞 집회
“전담병원 인력 정원 확대하라”

전담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에서는 기존 간호 인력의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방호복을 입고 점심시간도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는 현장에서 신규 간호사의 45%가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실시한 연구에서 조사에 응한 서울·대구 간호사 266명의 90.6%가 ‘코로나19 환자가 다른 환자에 비해 2배 이상 간호가 힘들다’고 답했다.

문제는 인력과 예산이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노동조합이 추산한 적정 간호인력은 400명이 넘지만 실제 근무 인력은 약 160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파견 의료 인력을 현장에 배치해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정지환 보건의료노조 부산의료원지부장은 “짧은 기간 근무하는 파견 인력은 현장 투입 후 교육·적응을 마치고 일할 때쯤 계약 종료돼 떠난다”며 “파견 인력을 지원했다고 환자를 더 받도록 하는 정부 방침은 더 소진할 수 없을 만큼 지친 현장을 끝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인력 확충과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는 “최근 확진자 폭발적 증가, 요양시설 등 집단감염으로 입원 환자가 늘고 노동강도가 심해져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가는 상황”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노동자들의 소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했다. 또 “임시적 인력대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보건의료노동자의 소진·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임시방편인 파견인력제도가 아닌, 전담병원의 정원을 확대하고 근본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간병 인력을 계속 확보해서 투입하고. 지역 사회서비스원을 통해서도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간호대 정원 확대, 공중보건 간호사 제도, 지역간호사제 검토 등 정책적 조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조형국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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