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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완치됐지만..나를 꺼리는 시선 가장 힘들어"

장아름 입력 2021. 01. 1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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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피로 등 후유증, 가장 힘든 건 코로나19 환자 '낙인'
"금방 나을 거야" 따뜻한 말 한마디 심리적 방역 도움
입원 확진환자 상태 살피는 의료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퇴원 후 제가 엘리베이터에 타면 안 타고 피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들은 신체적 후유증보다 정신적인 후유증을 호소했다.

광주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보름간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중증 증상을 겪지 않고 완치됐고 가족들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웃도 있었다.

A씨는 종교도, 직장도, 방문 판매시설을 이용한 적도 없었고 정확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웃들이 자신이 지나는 길을 피할 때면 "내가 조심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열이 나고 기력이 없고 밥을 못 먹는 등 몸살 증세를 느끼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몸에 염증이 있다고 해 그런 줄만 알고 약을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고 일주일이 채 안 돼 다시 병원에 갔지만 이번에는 열이 있어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별진료소에 가봤지만 의심되는 동선이 없어 검사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좀 더 큰 종합병원에 가서야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의 경우 다행히 신체 건강은 회복했지만 처음에는 신원이 다 공개돼서, 퇴원 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꺼린다는 생각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탈모 후유증도 겪었다.

그런 A씨에게 큰 힘이 됐던 것은 지인들의 '연락'이었다.

A씨는 "곧 나을 거다, 금방 퇴원할 것이라는 몇 마디 안 되는 말이 큰 힘이 됐다"며 "나를 피할까 봐 먼저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퇴원하고 반찬을 해다 준 이웃도 있어 눈물 나게 고마웠다"고 전했다.

A씨는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정부와 언론이 경증부터 중증까지 증세와 치료율, 퇴원 환자의 재감염 가능성 등을 차분하게 알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야간까지 불 밝힌 제천보건소 선별진료소 [독자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충북 제천에 사는 50대 여성 B씨도 이제는 완치 후 상황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증상이 경미해 충남 아산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받다가 9일 만에 퇴소했다.

B씨는 지인의 확진 판정 이후 접촉자로 분류된 'n차 감염' 사례에 해당했다.

퇴소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B씨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의 감기 증상과 피곤함이 지속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B씨는 자신 때문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감염됐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방역 당국으로부터 퇴소 후 생활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해 불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추가 검사 없이 의사의 진단만으로 퇴소 결정이 났다"며 "집에 돌아가면 아직 자가격리 중인 가족이 있는데 내가 함께 있어도 괜찮은지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숙박업소에서 며칠 더 자가 격리를 한 뒤 귀가했다.

퇴원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감염력은 없다는 게 방역 당국의 일반적 판단인데 이와 관련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단서 [석혜림씨 제공]

대구에 사는 석혜림(41·여) 씨도 B씨처럼 확진 판정을 받고 9일 만에 퇴원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던 석씨는 지난해 12월 11일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대구동산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달 20일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피검사로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가족은 자가격리 기간이 남아 있어 종료일까지 집에서 따로 지냈다.

대구 수성구의회 의원인 남편 박정권씨는 이 과정을 SNS에 올렸다.

코로나19 전파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사과도 했다.

석씨는 '정부의 5인 이상 집합 금지' 지침 전 지인 가게에서 밥을 먹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동석한 지인들이 동시에 몸살감기 증세를 겪자 석씨도 보건소에 검사를 요청했으나 열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지인은 결국 감염경로 불명으로 양성판정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때만 해도 열없이 감기 증상만 있어도 검사받을 수 있다는 뉴스와 현실은 달랐다고 회고했다.

석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열은 나지 않았다. 입원 기간 37.5도 미열이 난 게 전부다.

목에 가래 등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마른기침이 나왔고 찬 곳에서 숨 쉴 때처럼 비강이 시큰거렸다.

석씨는 "술을 마시거나 사람 많은 곳에 간 것도 아니고 조심한다고 지인 가게에서 밥을 먹었는데도 걸렸다"며 "독감처럼 어디서 올지 모르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침이 나자 잘 때도 마스크를 쓰고 지냈는데 아무도 추가로 감염되지 않아 마스크가 중요하단 걸 새삼 느꼈다"며 "막연한 두려움이 컸는데 아이 친구 부모님들께서 되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힘이 됐다"고 전했다. (김선형 장아름 전창해 기자)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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