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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3000, 잔치는 없다 [편집실에서]

입력 2021. 01. 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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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07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는 “5년 안에 우리 주가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얼마뒤 이명박 후보는 “내년 코스피는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정상적이라면 임기 5년 중에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습니다.

1월 7일 코스피가 종가기준으로 마침내 3000포인트를 넘어섰습니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에서 내려오고도 4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런데 행복할 것 같았던 주가 3000시대에 막상 도달해보니 별것 없습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공허했던 것만큼 공허합니다.

주가 3000이 국민적 축제가 되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만든 팬데믹 증시인 탓도 큽니다. 기업실적이 좋아 주가 3000에 이른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풀린 돈이 밀어올린 주가이기 때문입니다. 돈 있는 사람은 큰돈을 벌었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자기회사 주가가 크게 올랐다지만 직원들에게 떨어질 떡고물도 그다지 없어 보입니다. 표정관리하는 주주들과는 대조적입니다.

당장 누군가는 옆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피해를 직접 받은 자영업자들입니다. 헬스장, 스포츠센터, PC방 등 아예 집합이 금지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도 무섭습니다만, 이대로라면 코로나19가 물러나도 무섭습니다. K자 성장으로 벌어질 대로 벌어진 자산 격차가 남길 사회적 후유증이 너무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토지 보유세를 올리고, 주식 양도세를 부과해 자산 격차를 교정하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내 능력껏 합법적으로 돈을 벌었는데 무슨 세금이냐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여건과 운이 자신에게 돈을 벌도록 해줬다는 것을 망각한 ‘능력주의의 착각’입니다.

미국도 3조달러(3300조원)를 퍼부었지만, 저소득자가 더 가난해지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법인세와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금융소득세를 인상 하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회수한 재원을 저소득자에게 다시 쏟아붓겠다는 겁니다.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올해 미국 주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을 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팁문화를 내세우며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이던 미국사회에서는 꽤 큰 변화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나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의 과도한 쏠림은 사회적 부담으로 남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됩니다. 정부가 올해 상속세 인하를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간다는 소식입니다. 이르면 내년 세재 개편안에도 담길 수 있다고 합니다. 주가 3000을 축하하는 샴페인을 대주주들에게 선사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 전략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박병률 편집장 mypark@kyunghyang.com▶ 주간경향 표지이야기 더보기▶ 주간경향 특집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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