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진실 "아일랜드 미혼모 시설서 아동 9000명 학대받다 숨져"

손성원 2021. 1.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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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서 20세기 동안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입양 기관으로부터 학대 및 죽음을 방치당한 정황이 23년 만에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산모·아동에 대한 사법조사위원회를 인용해 "1922년~1998년 미혼모 보호시설 18개 기관에서 9,00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날 해당 사건의 생존자들과 3,000쪽가량의 보고서가 공유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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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위 1922년~98년 전수 조사
가디언 "학대, 죽은 뒤 방치 상황 확인"
사람들이 아일랜드 투암시의 미혼모 보호시설인 '성모의 집'에 서 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아일랜드에서 20세기 동안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입양 기관으로부터 학대 및 죽음을 방치당한 정황이 23년 만에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산모·아동에 대한 사법조사위원회를 인용해 "1922년~1998년 미혼모 보호시설 18개 기관에서 9,00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날 해당 사건의 생존자들과 3,000쪽가량의 보고서가 공유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18개 기관에서의 유아 사망률은 국가 공식 사망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원인은 방치, 영양실조, 질병 등으로 분석된다.

선데이 인디펜던트는 9,000명의 사망자 수는 해당 기관들에서 태어난 아이 중 15%가 사망한 것과 같다고 전했다. 태어난 아이 7명 중 1명 꼴로 사망했다는 뜻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특히 가장 악명 높은 베스보로우라는 입양 기관에서는 1944년 유아 사망률이 82%에 달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22년 개원 이후 1998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이 기관들에서 5만6,000명의 산모들이 5만7,000명의 아이들을 출산했다고 한다.

이 조사는 5년 전 골웨이주의 투암시에서 영아 시신이 있는 무덤이 대거 발견되면서 시작했다.

산모·아동에 대한 사법조사위원회는 2014년에 역사학자인 캐서린 콜린스가 투암에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인 '성모의 집'에 수용된 어린이 중 796명이 집단 매장된 사실을 발견했지만 공식 사망 기록은 2명만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신설됐다. '성모의 집'은 1925년~1962년 운영된 미혼모 보호시설로 신생아부터 8세가량의 아동을 돌봤다.

이후 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20개의 방으로 나눠진 지하 구조물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해당 구조물은 시체를 방치한 곳으로 추정된다.


어린이 사체, 막힌 하수 탱크에서 발견되기도

아일랜드 '성모의 집'에 작업복을 입은 남성들이 잔디를 깎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2019년에 발표된 위원회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973명의 어린이들이 투암의 입양 기관 혹은 그 근처에서 죽었다는 것이 발견됐다.

그중 일부는 막힌 하수 탱크 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유골은 정화조에 매장돼 있다가 1975년 콘크리트가 무너지며 발견됐지만 투암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이 유골이 1840년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 숨진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종교 단체들이 위원회의 사건 관련 조사를 방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심각해 지고 있다. 공개될 보고서에는 성직자와 수녀 등이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조사가 늦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는 독실한 가톨릭 국가로 보수적 사회 분위기 탓에 미혼모는 타락한 여자로, 미혼모의 자녀는 열등한 아이로 취급받았다.

생존자 및 관련자들의 추가 진술도 이어지고 있다. 1970년에 코크카운티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은 앤 해리스(70)는 신문에 "아일랜드 사회는 미혼모의 자식을 상당히 경직되고 나쁘게 바라봤다"며 "이 거대한 범죄는 보이지 않는 곳에 그냥 방치됐다"고 전했다.

본인 역시 논란의 18개 입양 기관 중 한 곳에서 1949년에 태어났다는 조안 버튼 전 부총리는 "이번 조사는 아일랜드의 새로운 세대에게 자신의 나라가 한때 결혼 밖에서 나온 '포기돼야만 하는'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미혼모에게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보여준다"며 "이런 잔혹함이 왜 아무렇지 않게 용인돼 왔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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