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논란..검사 "새빨간 거짓"·판사 "미친 짓"(종합)

윤수희 기자 입력 2021. 1. 13. 11:20 수정 2021. 1. 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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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 "관행 주장은 물타기"
김태규 부장판사도 비판..檢 출신 김종민 "국기문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뉴스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과정이 위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검사들이 구속영장을 긴급하게 청구할 때 임시번호를 붙인 뒤 정식 번호를 부여하는 게 통상적인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유미 부천지청 인권감독관(부장검사)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들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수사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그 인권이 설령 당장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인간들의 인권이라 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임시번호'로 출국금지한 것도 비슷한 관행이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자고?"라며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씨부리는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내가 검찰에 몸담고 있던 20년 간에는 그런 관행 같은건 있지도 않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말했다.

또 "사건을 입건하면 사건번호는 정식으로 부여되게 되어있고 정식 사건번호가 없는 건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영장을 내주지도 않는다"며 "영장은 법원과 전산이 연동돼 있으니 가짜번호로 영장을 받는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므로 영장 관련 관행 운운하는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정 부장검사는 "언론에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인데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다"며 "일부 검사 같지도 않은 것들이 불법을 저질러놓고 면피하느라 다른 검사들까지 도매금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기가 찬다"고 했다.

그는 과거 '고소장 분실 사건'을 예로 들며 "고소장 표지 한 장을 분실했는데 마침 반복된 고소건이라 같은 내용의 다른 고소장 표지를 복사해 붙인 게 들통나 사직했다"면서 "근데 공문서를 조작해서 출국금지를 해놓고 관행이라 우긴다. 내 불법은 관행이고 니 불법은 범죄냐. 관행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다"고 꼬집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로 발령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내사번호 부여 및 긴급출국금지 청구를 할 권한이 있다'는 법무부 해명에 "근거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 해명대로라면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을 받는 법무부 검사는 모두 법무부 근무 중에도 어떠한 수사행위를 해도 된다는 논리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사건번호 부여는 검사가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내사 사건은 수제 번호를, 수사 사건은 형제 번호를 부여하는데 모두 주임검사가 상사에게 결재를 올려 결재가 완료되면 담당 직원이 번호를 부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관련 위법행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할 국기문란 사건이다"며 "검찰와 법무부 출입국본부, 이를 지시한 외부세력이 있다면 모두 수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대사건 혐의자가 해외도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며 "그런 논리라면 경찰에 불법체포되어 고문으로 죽어간 참고인 박종철은 무엇인가. 당시 경찰은 국가안보와 사회질서를 해치는 시국사범 수사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아무리 중대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무죄추정원칙과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절차적 정의는 결코 훼손될 수 없는 법치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쓴소리를 보탰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으면 법치주의란 있을 수가 없다"며 "아무리 실체적 진실이 중요해도, 아무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절박해도,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하고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김 전 차관 관련 기사를 보고 "머릿속에 명멸(明滅)한 단어는 '미친 짓'"이라며 "이것은 몇몇 검사의 일탈이 아니고,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대한 본질적 공격이다. 여기서 한발만 더 나가면 기한 지난, 대상이 바뀐, 서명이 없는 그런 영장으로 체포하고, 구속하고, 압수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나쁜 놈 잡는데 그깟 서류나 영장이 뭔 대수냐, 고문이라도 못할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그냥 야만 속에서 살겠다는 자백이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그런 야만을 원할 리 없다"고 말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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