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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윤여정의 '미나리'

기자 입력 2021. 01. 13. 11:30 수정 2021. 01.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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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아픈 것 같지만, 거의 모두 그럴 거다. 나는 이 나이에도 인생을 잘 모른다. 내가 이 나이를 살아보는 건 처음이니까".

흔히 '한국 드라마·영화 연기의 살아 있는 전설' '국민 여배우' 등으로 불리는 윤여정(74)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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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아픈 것 같지만, 거의 모두 그럴 거다. 나는 이 나이에도 인생을 잘 모른다. 내가 이 나이를 살아보는 건 처음이니까”. 흔히 ‘한국 드라마·영화 연기의 살아 있는 전설’ ‘국민 여배우’ 등으로 불리는 윤여정(74)의 말이다. 한국 최초의 대중음악 감상실로 대학생들의 공연 무대를 겸하면서, 1970년대 청년문화를 대변하던 가수 송창식·윤형주·이장희·김세환 등을 배출한, ‘아주 멋지다’는 뜻의 프랑스어 이름인 쎄시봉의 DJ로도 그는 활동했다.

한양대 국문과 재학 중에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방송 진행자 도우미로 일하다가 담당 PD의 권유로 1966년 동양방송(TBC) 탤런트 공채 3기에 응시, 합격해 데뷔한 뒤였다. 당시 그는 재치 있는 언변에 청순 발랄하며 지성미(知性美)까지 겸비해, 선망하는 사람이 많은 ‘쎄시봉 뮤즈(muse)’였다. 1971년 ‘화녀’를 통해 영화배우 활동도 시작한 뒤로, 그는 배역의 나이가 적든 많든, 직업이 무엇이든, 지위가 높든 낮든 캐릭터마다 특유의 무심한 듯 따뜻한 연기로 돋보였다. 다른 누구도 해내지 못할 ‘대체 불가 연기’라는 평가도 따랐다. 국내외 영화상을 잇달아 수상해온 이유다. “진짜 멋진 연기는 저런 거구나” 하며 닮고 싶어 하는 후배가 많은 그는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목숨 걸고 연기했다. 지금도 변함없이 그런다.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이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미국으로 이민(移民)한 딸의 친정어머니 연기를 한 그가 오는 4월 25일 제93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수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수상 후보는 3월 25일 발표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다. 미국 최고 권위의 독립·예술영화상인, 오는 21일 열릴 제30회 고섬 어워즈(Gotham Awards)의 최고여배우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보스턴·로스앤젤레스 등지의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도 받았다. 미국 연예매체 인디와이어는 그를 ‘2020 최고 여배우 13인’에 지목한 바도 있다. 세계 영화 역사를 윤여정이 새로 쓰는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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