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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학대 사망' 장씨 측 "췌장 끊어질 정도로 때린 적 없다"

김세정 입력 2021. 01. 1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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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 모 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검찰 "살인 고의 있었다"…공소장 변경 신청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양천 입양아 학대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정인 양의 양모 장 모 씨는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인 양의 양모 장 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 모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재판 시작에 앞서 정인 양 사망 원인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살인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아동학대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했다. 검찰은 "피해자(정인 양)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살인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밝히면서 장 씨의 폭행으로 정인 양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부부는 사려 깊은 고민 없이 친자를 기르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유대를 길러주기 위해서 여아(정인이)를 입양했다"며 "장 씨는 친딸을 양육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양했는데, 정인이가 울고 보챈다며 양육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장 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학대 의심을 받게 되자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검찰은 "친딸은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안 보냈다. 집에서 양육하면서 짜증과 분노가 커지며 점점 심하게 폭행하는 등 학대했다"고 했다.

이어 "정인이가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학대해 몸 상태가 안 좋아진 정인이를 두고 양팔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해 좌측 팔꿈치를 탈골되게 하고, 복부를 세게 때려 넘어뜨린 다음 발로 복부를 강하게 밟는 등 아이의 췌장은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 모 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선화 기자

중심을 잃고 넘어져 우는 정인이를 계속해서 넘어지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가하기도 했다. 검찰은 "양발을 벌려 지탱하도록 강요해 울면서 발을 벌리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지만, 같은 행위를 해서 공포감을 줬다. 총 5회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했다"며 "학대받아 몸무게가 현저히 감소하는 등 쇠약해졌음에도 적절한 방법으로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병원에 데려가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 만큼 부부는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장 씨는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주부'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고개를 숙였다. 양부 안 씨는 세간의 관심을 피해 법원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사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도 안 씨가 일찍 도착한 사실을 몰랐다. 사건이 알려진 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안 씨는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무직'이라고 조용히 대답했다.

부부의 변호인은 혐의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장 씨의 학대로 사망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폭행 혐의 역시 부인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오른쪽 팔을 가격해서 골절된 사실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와 같은 가격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겨드랑이나 머리를 가격한 사실도 없고, 답답한 마음으로 훈육의 방법으로 대화하다가 때린 사실은 인정한다"고 했다.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정인이를 실수로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 화가 나서 누워있는 배와 등 부위를 손으로 밀듯이 때린 사실이 있다. 날로 쇠약해진 아이에 대한 감정이 북받쳐 양팔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아이를 떨어뜨린 사실은 있다"며 "다만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이어 "곧바로 아이를 안아 올리면서 다독였으나 괜찮은 것으로 보여 자리를 비웠다. 이후 돌아와 보니 상태가 심각해서 병원에 이동했지만 결국 사망했다"며 "일부 폭행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와 인과관계는 있지만, 공소사실처럼 둔력을 행사해서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입양한 딸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입양 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안 씨 역시 일부 혐의는 인정했지만, 일부러 방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아내가 정인이를 자기 방식대로 양육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일부러 방치한 것은 아니다. 야윈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간다고 바로 회복되리라 생각하지 않았고, 일단 잘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방치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이 끝난 후 일부 시민들은 장 씨가 탑승한 호송차를 에워싸고 "정인이를 살려내라"며 울분을 토했다. 불구속 상태인 안 씨는 얼굴을 꽁꽁 싸맨 뒤 도망치듯 법원을 빠져나왔다.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재판 후 "국민적 분노가 있는 사건인 것을 알고 있다. 일단 사실을 밝히는 것이 저희 입장이다. 변호인은 변호인대로 진실을 밝혀야 해서 저희대로 진실을 밝힌다"며 "피고인이 알면서 일부러 때린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복부를 밟았다는 의혹이나 사망 혐의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인은 "밟은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사망) 당일에 학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그로 인해서 사망이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월17일에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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