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쎄트렉아이 지분 30% 인수..총수 메시지에 우주 투자 시동

박근태 기자 2021. 1. 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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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의 항공·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의 지분 3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보도자료와 공시를 통해 쎄트렉아이의 신주 발행주식 181만7120주를 약 589억 원에 취득하고 전환사채(500억 원) 취득을 통해 최종적으로 약 30% 지분을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올해 4월 30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주식 취득의 목적을 “위성 분야로 사업확장”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쎄트렉아이 대량보유 내역을 보면 박성동 의장을 비롯한 창업 멤버와 전현직 경영진 등이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화의 주식 취득이 완료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쎄트렉아이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국내에서 인공위성을 자체 제작하는 역량을 가진 기관·기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KAIST, 쎄트렉아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쎄트렉아이는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이 1999년 설립한 국내 최초의 위성개발 전문기업이다. 인공위성 본체와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제조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라작샛과 아랍에미리트(UAE)에 두바이샛, 스페인에 데이모스 2호 등 해외에 토종 인공위성을 수출하며 일찌감치 높은 평판을 얻고 있다. 2019년 매출 702억 원, 영업이익 92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투자에 대해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맞아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우주 위성 산업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한 위성 개발기술 역량을 확보해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쎄트렉아이의 지분 인수와 상관없이 쎄트렉아이의 현 경영진이 계속해서 독자 경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앞으로 양사의 역량을 집중하면 국내외 우주산업의 위성 분야에서 많은 사업확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0월 발사를 앞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KSLV-2)’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맡고 있다. 위성사업과 관련해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전천후 영상레이더인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전자광학(EO) 카메라, 적외선(IR)센서 탑재체 제작 기술, 위성안테나, 통신단말기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우주 위성 사업 부분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의 이번 쎄트렉아이 지분 인수 배경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 내에서 우주 분야 투자에 대한 환경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새로운 성장과 후계 구도와 연계해 김 회장의 의지로 투자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세계 무대에서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며 "항공·우주를 비롯해 모빌리티(운송수단), 그린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에서 기회를 선점해달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쎄트렉아이는 한화의 지분 인수와 상관없이 현 경영진이 계속해서 독자 경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지분을 인수하기 전 최대 주주이던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전화 통화에서 "회사의 사업 철학을 잘 이해하고 계속해서 흔들리지 않고 이를 함께 관철해 줄 투자자를 오랫동안 물색해왔다"며 "투자 협상 과정에서 그런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민간 기업들이 항공·우주 산업에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쎄트렉아이를 비롯한 우주항공 관련기업에  더욱 긍정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한컴이 우주와 드론 전문기업 인스페이스를 인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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