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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미쓰비시도 반한 컬러강판..철강 불황 뚫고 '실적 수직상승'

최만수 입력 2021. 01. 13. 17:07 수정 2021. 01. 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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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21 대한민국 다시 뛰자
공장증설 공격적 투자 나선 동국제강
연초부터 공장라인 8개 풀가동.."보름치 주문 밀려"
품질 높이려 디자이너 뽑고 반도체 수준 방진설비까지
컬러강판 세계 1위 지켜..작년 영업이익 84% 급증
컬러강판 수요가 늘면서 동국제강의 부산 감만동 공장 8개 라인이 풀가동에 들어갔다. 동국제강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컬러강판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부산=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세계 철강업계는 작년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 등의 철강 수요가 급감했고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까지 급등했다. 아르셀로미탈 일본제철 등 글로벌 철강사는 물론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 격인 포스코마저 작년 2분기 창사 이래 첫 개별기준 적자를 냈다.

동국제강은 달랐다. 매 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결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컬러강판의 실적 호조세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홈코노미(재택경제)’가 확산돼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컬러강판 몸값도 같이 뛴 덕분이다.

 목재·대리석·직물까지 표현

13일 부산 감만동의 동국제강 공장에 들어서니 대형 롤러를 따라 붉은 꽃무늬가 새겨진 컬러강판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공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프린터를 방불케 했다. 두꺼운 강판을 압연해 롤러에 투입하면 가지각색의 그림과 무늬가 찍혀 나왔다. 공장 바로 옆 부두에서는 강판 코일의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내용 동국제강 앱스틸생산팀장은 지난 연말에 이어 연초에도 쉴 틈 없이 8개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보름 가까이 주문이 밀려 있다”고 말했다.

컬러강판은 특수 도료로 색을 입힌 철강재다. 대리석, 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고급 가전과 건축 내외장재에 주로 쓰인다. 전자업체들은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플라스틱 대신 컬러강판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디자인 역량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철강재보다 마진이 높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는 컬러강판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 진열된 수십 종의 컬러강판은 눈으로 봐서는 철강재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손으로 두드려보고 만져봐야 철강재임을 알 수 있다. 나무의 결은 물론 옹이까지 재현했다. 매끈한 대리석과 직물의 질감도 표현해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처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장 부회장의 자신감은 삼성전자 LG전자 미쓰비시 월풀 보쉬 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객사의 명단이 뒷받침한다. 이케아 매장의 상징인 노란색과 파란색 외장재부터 스타벅스의 고급스러운 녹색 간판에도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이 쓰인다. 서울 고척스카이돔, N서울타워, 광화문 D타워, KTX 광명역 등의 외관에도 사용됐다.

 일본 업체들까지 선주문 상담

컬러강판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동국제강이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KG동부제철(24%) 포스코강판(20%) 세아씨엠(10%) 현대제철(8%) 등이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용준 동국제강 부산공장장은 “중국 철강업체와 후발 업체들이 저가 제품으로 도전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의 다양성과 품질 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품질에 민감한 일본 업체조차 디자인과 컬러를 상담하고 선주문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필름을 입히는 공정 라인에 반도체 공장처럼 먼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진 설비까지 갖췄다. 이를 통해 컬러강판의 균일하고 매끈한 표면을 완성해낸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디자인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기업 간 거래(B2B)에 머물던 철강 판매 관행을 깨고 건축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직접 유통망을 확장하는 ‘B2D(Business to Designer)’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 처음으로 디자이너 6명을 영입해 전담팀을 구성했고 영업팀에도 건축 전문가를 보강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 한편에서는 부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연간 10만t의 생산능력을 지닌 최고급 컬러강판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서다.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250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8개 라인 75만t에서 9개 라인 85만t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컬러강판 단일 생산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주 공장장은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가전업체와 건자재 시장의 고급화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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