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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누명 16억 배상.."당시 경찰·검사 20%씩 부담하라"

박현주 입력 2021. 01. 13. 17:35 수정 2021. 01. 1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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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경찰, 진범 불기소 검사에 처음 책임 물었다
영화 '재심',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모델 사건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수호하지는 못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
13일 오후 2시쯤 서울 중앙지방법원 559호 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피해자 최모(3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 말이다. 최씨를 대신해 재판에 참석한 박준영 변호사는 “오늘 재판을 계기로 수사과정에서 진실을 위해 인권적으로 수사하는 업무 관행이 자리 잡는 데 도움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法 "강압 수사한 경찰, 진범 불기소 검사도 국가와 연대 배상 책임"

13일 이날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후 황상만 형사(왼쪽)와 박준영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재판부는 최씨가 국가와 경찰관 이모씨, 검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를 상대로 13억여원을 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별도로 최씨 어머니에겐 2억 5000만원,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재판부는 처음으로 검사와 경찰 개인에게 위법 수사의 책임을 물었다. 강압 수사한 경찰관 이씨와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 김씨가 각각 최씨 배상금 가운데 20%인 2억6000만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최씨 어머니와 동생에 대해서도 20%인 각각 5000만원, 1000만원을 주도록 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받아야 할 배상금은 위자료 20억원과 구속 기간에 얻지 못한 수익 1억여원을 합쳐 21억여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씨가 이미 2017년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8억 4000만원을 뺀 13억여원을 배상금으로 산정했다.

박 변호사는 이에 “마지막 재판 때 청구한 금액과 오늘 인용된 금액이 거의 비슷하다”며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금액이 충분하게 인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청사. 연합뉴스


“국가·수사기관 재심 도중 반성 찾아보기 어려워”
피해자 측에 따르면 재판 과정에서 국가와 수사기관의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 대한민국과 검사는 국가 세금으로 설립된 정부법무공단에서 대리를 받으며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라며 “검사는 유감 정도의 의사 표시라도 했지만 경찰은 아직도 최군이 진범이라며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도 환급해야 한다는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고 했다.

국가와 수사기관 측이 사과했더라면 소송을 취하할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법정 밖에서 조용히 만나서 사과한다면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사과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도 당시 상황에서 이 점은 고려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며 “판결 선고 이후에라도 이들이 (피해자 최씨에게) 사과한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그들이 사과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끔 할 용의가 있다. 그게 회복적 사법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ㆍ드라마 소재로 나온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17년 영화 ‘재심’과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사건은 15살이던 최씨가 2000년 8월 19일 새벽 2시쯤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길가에서 흉기에 찔려 쓰러진 택시 운전사 A(42)씨를 목격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하는 등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경찰은 최초 목격자인 그를 고문하며 범인으로 지목했다.

영화 '재심'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캡쳐]


범인으로 몰린 최씨에게 1심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받은 뒤 상고하지 않았고 1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10년 만기출소했다. 최씨가 수감 중이던 200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범을 잡았지만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사건은 묻힐뻔했지만, 박 변호사의 설득 끝에 최씨는 2013년 광주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최씨가 불법 체포ㆍ감금 등 행위를 당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재심 선고 직후 검찰은 2003년 당시 경찰이 새로운 용의자로 지목한 김씨를 체포해 구속기소했다. 대법원은 2018년 진범 김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한 뒤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8년 만에 김씨가 죗값을 치르게 된 셈이다.


진범 잡은 황상만 반장 “비슷한 일 재발하지 말아야”
누명을 벗은 최씨는 지난 2017년 5월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3년 6개월만에 재판부의 판단을 듣게 됐다. 이날 재판장에는 진범 김씨를 잡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도 참석했다.

황 형사는 “오늘 재판은 한 개인의 인권을 찾아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했다”며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전했다. 황상만 전 형사반장은 드라마에서 실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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